월급, 재난지원금 선지급 화제 美 '차임', 카뱅의 롤모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2021. 10.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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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미쿡] 은행 일 하면서 은행 아니라는 '차임'

●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
● 월급 먼저 받는 선지급 서비스로 MZ세대 모아
● 29조 원 회사 가치, 내년 상반기 상장 앞둬
● “회사에 득 되는 고객 적어” 비판도
● 은행인데 은행이 아니다?
● 캘리포니아 주정부 ‘은행(bank)’ 용어 사용에 제동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차임은 MZ세대의 호응을 받으며 올해 250억 달러(29조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핀테크 기업으로 상장했다. [GettyImage]
‘미국판 카카오뱅크'라고 불리는 핀테크(Fin 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회사. 기존 은행보다 더 쉽고 편리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술 스타트업 '차임(Chime Financial Inc.)' 얘기다. 현재 미국에서 회사 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상반기 상장(IPO)을 준비하는 차임을 분석한다.

미국 재난지원금 선지급하며 주목

지난해 3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업률이 폭등하고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방의회는 2조200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경제지원법(CARES Act)을 통과시켰다. 4월 중순부터 성인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긴급재난지원금(Economic Impact Payment)으로 지급했다. 정부는 납세자가 국세청에 세금 보고를 하면서 등록한 계좌로 긴급 입금을 했다. 국세청이 계좌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는 우편으로 수표를 보냈다.

‘차임'이라는 이름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에 등장한 것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4월 중순이다. 차임 계좌를 국세청에 세금 보고용 계좌로 등록한 사람들은 기존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하루이틀 먼저 입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체이스뱅크 등 기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차임 고객은 이미 지원금을 받았다는데 왜 나는 아직 못 받았나. 은행이 돈을 받고도 내 계좌로 넣어주지 않은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차임 고객은 어떻게 다른 은행 고객보다 빨리 1200달러를 받을 수 있었을까. 미국 정부(재무부)가 차임 고객들에게 돈을 먼저 보내준 건 아니다. 차임은 '선지급(Get Paid Earl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무부는 실제로 돈을 입금하기 하루나 이틀 전 해당 은행에 먼저 송금 통지를 한다. 차임은 실제 입금이 이뤄지기 전에 고객 계좌에 바로 돈을 송금한 것이다. 이는 기존 은행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다.

선지급 서비스는 차임 계좌를 월급 통장으로 이용하거나 세금 보고(연말정산)를 하는 고객들에게도 적용된다. 회사나 정부에서 실제로 돈을 입금하는 시점보다 하루이틀 빨리 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차임 측은 미리 고객 계좌에 월급이나 세금 환급액을 넣어준다.

MZ세대 끌어모은 차임

해당 서비스는 지갑 사정이 빠듯한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차임 고객 숫자는 최소 1200만 명에서 최다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회사 측은 공식적인 회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중 68%는 40세 이하 고객이다.

‘새로운 은행(neobank)' '도전자 은행(challenger bank)'으로 불리는 차임은 '수수료 제로(0)'를 지향한다. 입출금 계좌나 적금 계좌 유지비(미국 은행은 은행 계좌를 유지하는 데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요구한다)가 없고 신용카드 연회비도 받지 않는다. 기존 은행 중에서도 계좌 유지 비용을 받지 않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잔고를 일정 금액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거나 매달 계좌에 일정 금액 이상 입금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잔고가 부족해 초과 인출이 발생할 때 최다 200달러까지 무이자로 제공하는 당좌대월(overdraft) 서비스도 차임이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다. 예컨대 신용카드 대금 1000달러가 계좌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계좌에 800달러만 있다면 부족한 200달러를 은행에서 무이자로 단기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기존 은행도 당좌대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20~30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송금도 수수료 없이 할 수 있다. 차임 계좌가 없는 사람에게 돈을 보낼 때도 휴대전화 번호나 e메일 주소만 알면 된다. 미국 전역 3만8000여 개의 현금인출기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기존 은행이 하지 않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차임의 회사 가치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2019년 초 차임의 회사 가치는 15억 달러(1조7300억 원)로 평가됐으나 지난해 145억 달러(16조7700억 원)로 10배 가까이 높아졌다. 올해 8월 7억5000만 달러(8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차임은 250억 달러(29조 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평가받았다.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아 캐피탈'이 8월 라운드 투자를 주도했고,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2호도 참여했다. 쟁쟁한 투자사들이 차임에 돈을 댄 것이다.

"250억 달러 기업가치 평가는 지나치다"

8월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 코스피 상장 축하 문구가 쓰여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틀 만에 시가총액 9위 기업이 됐다. [뉴스1]
차임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핀테크 전문 리서치 회사인 '코너스톤 어드바이저스(Cornerstone Advisors)'의 론 쉐블린 컨설턴트의 분석이 대표적이다. 그는 8월 13일 '포브스'에 '차임이 250억 달러 회사 가치를 인정받으며 7억5000만 달러 투자를 받다: 이 은행은 정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핵심은 이렇다. 차임의 주요 고객을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회사에 득이 되는 고객, 즉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차임 고객의 평균 소득은 연 3만9000달러(4500만 원)로 미국 성인의 평균 소득 6만3000달러(7300만 원)와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또 그의 분석은 차임 고객 중 대학 졸업자 비율이 16%로 학력 수준이 낮고 고객 5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쉘빈 컨설턴트는 차임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250억 달러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차임의 고객 응대에 대한 지적도 있다. 계좌 이용과 관련된 소비자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가 공통적으로 받는 지적이기도 하다.

심층취재 전문 비영리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분석을 보자. 2020년 4월 15일 이후, 연방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에 제기된 차임 관련 소비자 민원 건수는 920건이다. 프로퍼블리카 조사에 따르면 920건은 대부분 갑작스러운 계좌 이용 중단과 관련된 것이었다. 차임보다 고객이 6배 많은 투자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가 같은 기간 내 계좌 이용 중단 사유로 CFPB에 접수된 민원이 317건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차임 고객들은 전화 상담은 고사하고 메일 답장을 받는 데만 며칠씩 소요됐다는 불만을 호소했다. 이런 불만이 이어지자 차임은 최근 전화 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온라인 상담도 강화하기도 했다.

상장 절차 밟으면 실적 드러나

차임 홈페이지 왼쪽 하단에 “차임은 핀테크 회사이며, 은행이 아닙니다(Chime is a financial technology company, not a bank)”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차임 홈페이지 캡처]
차임은 여러 면에서 8월 상장을 마친 카카오뱅크를 떠올리게 한다. 카카오뱅크는 쉽고 편리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교적 낮은 수수료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 허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달리 차임은 법적 은행이 아니다. 차임은 모바일 앱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한 뒤, 고객 정보를 이용해 금융상품 마케팅을 펼쳐 수익을 얻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법적으로 은행의 지위를 획득하면 사업 분야를 확장할 수 있지만 연방법과 주법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차임은 돈을 예치하고 대출하는 은행의 기본 업무는 제휴를 맺은 기존 은행에 맡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는 기존 은행이 돈을 관리하면 고객들이 1인당 25만 달러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2020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규제 당국은 차임에 소송을 걸었는데, 핀테크 회사가 은행인 척 영업한다는 이유였다. 차임은 광고나 홈페이지 등에 '은행'이라는 용어를 수시로 사용해 왔다. 이에 차임은 "주법을 성실하게 따르겠다"며 자세를 낮췄고, 결국 지난 3월 말 법정 밖에서 주정부와 차임이 합의를 보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 결과 차임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는 작지만 굵은 글씨로 이런 설명이 등장한다.

"차임은 핀테크 회사이며, 은행이 아닙니다. 은행 서비스(Banking services)는 FDIC 회원인 뱅코은행(The Bancorp Bank)이나 스트라이드은행(Stride Bank, N.A.)이 제공함."

은행은 아니지만 편리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MZ세대를 공략해 온 핀테크 회사 차임. 설왕설래가 오가는 차임은 상장 절차를 밟으며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상반기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증권등록서류(Form S-1)를 보면, 정확한 고객 숫자를 포함한 영업실적 등 회사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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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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