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성장한 신유빈·껍질 깬 전지희..한국 탁구 미래를 쏘다
"탁구협회 안주하면 '아시아 2부급' 자인하는 꼴"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반쪽짜리 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지만 한국 탁구는 또 희망을 봤다.
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외곽 루사일에서 막을 내린 2021 도하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탁구는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따내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 등 '88 황금세대'들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를 합작했던 1988년 니가타 대회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한국 탁구는 25년 만의 아시아선수권 남자 단체전 금메달과 사상 첫 남자 단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자 단식에서는 53년 만에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냈다.
반쪽 대회에서 최고 성적…"안주하면 안 돼"
하지만 이 모든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홍콩·대만을 꺾으면 동메달, 일본에 승리하면 은메달, '최강' 중국을 이기면 금메달을 따내는 게 아시아 탁구의 메달권 경쟁 구도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국체육대회 일정 등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여기에 일본은 2진급, 대만은 1.5진급 선수를 내보냈다.
그런데도 한국 선수들은 일본, 대만의 하위 랭커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도 3위권 밖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 탁구의 현주소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확인됐다는 게 탁구인들의 냉정한 평가다.
강우용 한국실업탁구연맹 전무는 "금메달 3개는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라면서 "만약 대한탁구협회가 이번 대회를 두고 박수를 친다면, 한국 탁구가 앞으로도 '아시아 2부급'에 머물러도 만족한다고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잘 크는 신유빈·'무관의 한' 푼 전지희
다만, 희망을 품게 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로 기대를 모으는 신유빈(17·대한항공)은 이번 대회에서도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3전 4기 끝에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안도 미나미(일본)를 꺾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신유빈은 2017년 월드투어 독일오픈에서 가진 안도와 첫 대결에서 2-4로 졌다.
신유빈은 지난 9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도하 여자 단식 16강에서 안도와 4년 만에 다시 만나 2-3으로 또 무릎 꿇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신유빈은 또 안도와 맞대결했는데, 1-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4번째 대결에서는 달랐다. 단식 준결승에서 신유빈은 첫 세트를 내줬지만, 기죽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안도를 압박한 끝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는 국제대회 '무관의 한'을 풀고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에 들어섰으나 아직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신유빈을 잘 리드해 혼합복식 우승을 합작해냈다.
2011년 귀화한 전지희는 국내 최강자로 군림해왔지만, 그간 메이저 대회 결승에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었다.
라이벌이자 동지인 신유빈과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라보고 싶다는 목표를, 함께 출전한 두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이뤄낸 데 이어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전지희가 기량을 유지하고, 신유빈이 지금 속도로 발전해 나간다면 2024년 파리 올림픽 메달은 꿈이 아니라고 탁구인들은 말한다.
여자탁구 '신구 에이스'는 이번 대회에서 파리 메달을 향해 한 걸음 확실하게 전진했다.
이상수(31·삼성생명)의 남자 단식 우승도 의미가 작지 않다.
2020 도쿄올림픽 한국 남자탁구는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노메달'에 그친 2016 리우 올림픽과 도쿄올림픽에 모두 출전한 이상수와 정영식(미래에셋증권)은 세대교체 대상자로 지목되던 터였다.
정영식이 대표선수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대표팀 맏형으로 대회에 출전한 이상수는 첫 한국인 아시아 챔피언에 오르며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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