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청령포숲-단종의 눈물이 서린 '육지 속 섬' [정태겸의 풍경 (18)]
2021. 10. 6. 09:25
[주간경향]
배를 타고 서강을 건넜다. 들어서는 초입, 나무가 온통 누웠다. 이 광경을 단종도 보았을까. 1456년, 세조 2년이 되던 해였다. 성삼문, 박팽년 등의 집현전 학사들이 단종의 복위를 꾀했지만 실패했다. 그 유명한 사육신 사건이다. 이 일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돼 강원도 영월로 유배됐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돼 지내던 육지 속의 섬이다. 뒤로는 가파른 절벽이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서강이 굽이쳐 흐른다. 왕위를 선양하고 불과 3년 만에 그는 세상을 등져야 했다.
단종의 일화를 알고 이곳을 찾으면 한쪽으로 누워 있는 소나무의 형상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단종의 어가 쪽으로 90도 가까이 누워 있는 노송은 정말 단종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예를 다하는 모습이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노송이 있었고, 한쪽으로 기운 채 자란 솔숲이 먼저 있었다. 그 자리에 단종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어가 위로 솟은 나무가 어가를 감싸 안은 듯한 모습은 자꾸만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글·사진 정태겸 글쓰고 사진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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