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라스의 말 外 [신간]
2021. 10. 6. 09:23
'형식'에 망치 든 프랑스 거장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뒤라스(1914~1996)의 인터뷰집이다. 유년시절부터 1989년까지 연대순으로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엮어 보여준다. 프랑스의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나 겪은 유년시절, 여자의 글쓰기를 사치로 여긴 어머니와의 갈등, 레지스탕스 활동, 프랑스 68혁명 등 현실 참여와 정치 비평, 38세 연하와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작품 곳곳에 남겨진 그의 삶을 작가의 육성으로 되짚는다. 책 곳곳에서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과 열정이 드러난다. 그에게 글쓰기는 구원의 수단이었다. 뒤라스는 삶을 포기하는 것 외엔 오직 글쓰기로만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글쓰기는 매번 앞서의 문체를 깨트리고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라거나 ‘고통의 본질에 대해선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서 치열하고 거짓 없는 글쓰기를 강조한다. 문학에서도 정치에서도 형식을 배격했다.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이데올로기의 부재를 긍정했다. 스탈린 독재를 목도하면서 “인간의 의식을 단순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가 그 자체로 파시스트적”이라면서 전체주의와 나치즘을 동일시했다. “믿지 않는 것”이야말로 권력에 대항하는 행동이자 “가짜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유일한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신앙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믿음을 긍정한다. “신을 믿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신앙일 뿐이죠.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게 정말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그건 우리 인생의 강한 열정에서 모든 의미를, 모든 영원성을 제거하는 것과 같을 거예요.” 또 한명의 저자 토레는 거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내면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을 하고, 작가도 에두르지 않고 답했다. 철학자이자 언론인, 평론가, 페미니스트 등 인간 뒤라스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
연 지음·봄름·1만3800원
지은이는 타투이스트로 사람들의 몸에 꽃을 그려준다. 우울증으로 무너졌을 때 마주한 꽃에서 살아갈 힘을 얻은 이후 다른 사람들도 꽃그림으로 위로받길 원했다. 책은 그가 꽃그림을 도안하면서 가진 생각과 그 꽃도안을 몸에 새기기로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억의 에티카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고은미 옮김·소명출판·2만1000원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중심으로 현대의 역사적 폭력에 대한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권력관계에 따라 기억을 조직·해체·은폐·공표·육성·안배하는 정치의 문제, 폭력과 윤리의 문제를 고찰한다. 일본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으로서 말살과 망각을 강요당한 자의 편에 선 역사를 강조한다.
▲기후정의선언 2021
기후정의포럼 지음·한티재·9000원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기후운동에 접근하는 이들의 모임인 ‘기후정의포럼’은 기후위기를 자본주의적 성장 체제를 변혁하지 않고선 해결이 불가능한 위기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기후운동이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운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책은 무료 공개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간경향]
〈뒤라스의 말〉 마르그리트 뒤라스, 레오폴디나 팔로타 델라 토레지음·장소미 옮김·마음산책·1만6500원
〈뒤라스의 말〉 마르그리트 뒤라스, 레오폴디나 팔로타 델라 토레지음·장소미 옮김·마음산책·1만6500원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뒤라스(1914~1996)의 인터뷰집이다. 유년시절부터 1989년까지 연대순으로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엮어 보여준다. 프랑스의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나 겪은 유년시절, 여자의 글쓰기를 사치로 여긴 어머니와의 갈등, 레지스탕스 활동, 프랑스 68혁명 등 현실 참여와 정치 비평, 38세 연하와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작품 곳곳에 남겨진 그의 삶을 작가의 육성으로 되짚는다. 책 곳곳에서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과 열정이 드러난다. 그에게 글쓰기는 구원의 수단이었다. 뒤라스는 삶을 포기하는 것 외엔 오직 글쓰기로만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글쓰기는 매번 앞서의 문체를 깨트리고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라거나 ‘고통의 본질에 대해선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서 치열하고 거짓 없는 글쓰기를 강조한다. 문학에서도 정치에서도 형식을 배격했다.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이데올로기의 부재를 긍정했다. 스탈린 독재를 목도하면서 “인간의 의식을 단순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가 그 자체로 파시스트적”이라면서 전체주의와 나치즘을 동일시했다. “믿지 않는 것”이야말로 권력에 대항하는 행동이자 “가짜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유일한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신앙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믿음을 긍정한다. “신을 믿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신앙일 뿐이죠.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게 정말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그건 우리 인생의 강한 열정에서 모든 의미를, 모든 영원성을 제거하는 것과 같을 거예요.” 또 한명의 저자 토레는 거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내면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을 하고, 작가도 에두르지 않고 답했다. 철학자이자 언론인, 평론가, 페미니스트 등 인간 뒤라스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
연 지음·봄름·1만3800원
지은이는 타투이스트로 사람들의 몸에 꽃을 그려준다. 우울증으로 무너졌을 때 마주한 꽃에서 살아갈 힘을 얻은 이후 다른 사람들도 꽃그림으로 위로받길 원했다. 책은 그가 꽃그림을 도안하면서 가진 생각과 그 꽃도안을 몸에 새기기로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억의 에티카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고은미 옮김·소명출판·2만1000원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중심으로 현대의 역사적 폭력에 대한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권력관계에 따라 기억을 조직·해체·은폐·공표·육성·안배하는 정치의 문제, 폭력과 윤리의 문제를 고찰한다. 일본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으로서 말살과 망각을 강요당한 자의 편에 선 역사를 강조한다.
▲기후정의선언 2021
기후정의포럼 지음·한티재·9000원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기후운동에 접근하는 이들의 모임인 ‘기후정의포럼’은 기후위기를 자본주의적 성장 체제를 변혁하지 않고선 해결이 불가능한 위기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기후운동이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운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책은 무료 공개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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