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역주행 타임! OTT의 영화 '발굴' [방구석 극장전]

2021. 10. 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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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특별시 사람들〉이라는 영화를 아는가? 박철웅 감독 연출에 김갑수, 조한선, 고 서민우, 유민 등의 탄탄한 주연에 차예련과 진경 등이 받치는 조연과 특별출연진도 출중했다. 무엇보다 상업영화 중에서 서울 강남의 대표적 빈자촌, 타워팰리스 옆 구룡마을을 배경으로 재개발과 강제철거 문제를 배경으로 삼은 희소성에 주목할 만했다.

넷플릭스에서 관람 가능한 <특별시 사람들>/ 씨네라인Ⅱ


영화는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2010년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그랑프리, 2011년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등 호평을 받으며 국내 개봉을 준비했지만 그후 소식이 끊어졌다. 배급사의 계산결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대중에게 검증될 기회를 끝내 얻지 못한 채.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시장은 세계 5위권 규모로 성장했고, ‘1000만 영화’가 속출했다. 하지만 개봉 시기 극장 흥행에 한정된 수익구조는 성장 절벽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그 대안인 ‘2차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동 시기 미국이 1차 시장 대비 2차 시장이 1.5~2배 규모로 확장된 것과 대조적이다. DVD 소장문화나 VOD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구매는 불법 파일에 밀려 자리 잡지 못했다. 케이블채널과 IPTV가 그나마 안착했지만 수익배분구조 논쟁이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멀티플렉스 구조의 원래 장점이던 ‘한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 선택권 보장’은 어느새 스크린 독과점 논쟁으로 변질됐다. 작품성과 완성도를 갖추고도 개봉 시기나 대진 운에 따라 ‘폭망’하는 영화들이 속출했고, 제작-배급사는 점점 안전 지향으로 동어반복 양산형을 내놓게 된다. 악순환이다.

〈특별시 사람들〉은 ‘환상의 영화’로 소수 영화애호가에게만 거론되곤 했다. 그러던 중 네이버 VOD 서비스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침내 2021년 9월 13일부로 넷플릭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라인업에 추가됐다. 예전 VOD 서비스가 건당 결제인 데 비해 기존 넷플릭스 이용자라면 호기심으로라도 영화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기구한 운명의 영화는 완성된 지 10여년 만에 ‘환상종’에서 벗어났다.

‘역주행’이란 표현이 가요계에서 유행 중이다. 첫 공개 당시 인기를 얻지 못했어도 진가를 알아본 이들의 지지로 재기 기회를 얻는 곡들이 늘어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의 앨범 〈롤린〉이 대표적이다. 영화계에도 아주 유명한 사례가 있다. 〈쇼생크 탈출〉이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지만 2차 시장 성공으로 입소문을 타 재개봉을 거쳐 ‘현대의 고전’으로 칭송받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극장가 관객이 90% 급감했다고 한다. 그 관객은 어디로 갔을까? 해당 시기에 OTT 시장은 활성화됐고, 국내외 서비스 간 힘겨루기 경쟁 과정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소개되고 자체 제작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틈새시장에서 재평가돼 ‘패자부활전’을 노리는 영화도 늘어간다. 시장의 특정 영역은 쇠퇴 중이지만 새 영역 개척 중에는 뜻밖의 기회도 열릴 터다. 〈특별시 사람들〉은 지금 봐도 만족스러운 수작이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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