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변질됐다는 비판, 어떻게 생각하나요 [취재 후]

2021. 10. 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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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주간경향 표지 제목은 ‘원팀이 이긴다’였지만 기사 내용은 원팀을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회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하면서 접촉한 이재명·이낙연 양 여권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고요. 기사가 나온 다음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엔 대략 진보성향이었던 인터넷커뮤니티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그룹에서부터 이재명·이낙연 지지입장으로 뿔뿔이 분화됐습니다. 기사를 퍼간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그나마 지면을 통해 작정하고 자신들의 속내를 발언한 멘트를 실어줬다”며 추천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가 사실상 특정 인사가 후보가 된다는 전제에서 작성됐다”며 편파적으로 쓴 기사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원팀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당위일 것입니다. 여든 야든 다가오는 3월 대선에서 승리를 목표로 한다면요. 기사에서 많은 전문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예년의 다자대결 선거와 달리 사실상 양자대결로 치러질 경우, 빅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명이라도 더 공통분모를 찾고, 기존의 집토끼가 아닌 중간지대에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쪽이 승리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흘러가는 상황은 바람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막판에 터진 화천대유 이슈를 가르고 있는 것은 여야가 아니라 여권과 야권의 1위 주자를 두고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하위주자들이 이슈로 삼고 있으니까요(이번 호에 이 특이한 여론 흐름에 대한 김찬호 기자의 분석기사가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화천대유 논란은 2007년 BBK 논란과 유사한 형태로 굴러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 보수야권이 2007년 BBK 실소유자 논란에서 교훈을 얻은 게 있다면, 실소유자 논란 규명에 모든 것을 건다면 필패한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야권 경선이야 이제 막 레이스가 시작됐으므로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여권 경선 후유증은 꽤 오래갈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지금의 진보는 변질됐다는 비판이 뇌리에 남습니다. 장외의 재야인사들이 한두명씩 제도정치권으로 넘어오면서 견제할 외부가 사라진 빈자리를 김어준과 같은 ‘마초진보’ 스피커가 대신하게 됐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념과 정책 대신 노무현·문재인과 같은 인물 중심으로 모이면서 진보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는 비판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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