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화천대유 [오늘을 생각한다]

2021. 10. 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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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세계적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이 게임을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미지의 자본가들을 떠올려보면, 다소 비현실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게임의 총상금인 456억원은 문제도 아니고, 456조원 정도는 가진 것처럼 행세하고, 게임에 참가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살육하는 모습을 보며 유희를 즐긴다.

초록색 옷을 입은 채무자들이 은유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지난 9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8%를 기록했고, 8월 24일에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약 180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조6000억원(증가율 10.3%)이 늘었다.

아무래도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문제적인 장면은 다수결 투표가 이뤄질 때가 아닌가 싶다. 채무자들은 얼마든 이 끔찍한 게임을 중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자신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환상이 이들을 확률 낮은 게임의 학살 현장으로 이끈다. 채무자들은 최종 승리자가 되기 위해 끼리끼리 편 먹고 타인을 죽이거나, 결국엔 동료를 향해 살인을 자행한다. 서로가 같은 팀이란 사실을 알아채고 시스템 자체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그런 기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쟁점은 ‘화천대유’로 번진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의 최고 수혜자들이 만든 화천대유에서 곽상도 국민의힘(탈당·현 무소속)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불과 5년 9개월 근무에 대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의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곽병채씨는 지난 9월 26일 아버지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저는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라고 변명했다. 드라마를 안 봤거나 난독증이 있는 게 분명하다. 화천대유에서 얻은 혜택을 볼 때 그는 이 게임의 ‘말’이 아니라 설계자들의 꼬리다. 누구도 단 69개월 근무의 대가로 퇴직금 50억원을 받지 못한다. 그가 정말 ‘화천대유’라는 오징어게임의 ‘말’에 불과했다면 1라운드도 통과 못 하고 끝장났을 것이다.

배당금 4000억원짜리 부동산이 개발이라는 오징어게임을 낳은 구조적 원인은 다름 아닌 ‘민간중심 부동산 개발’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랑한 성과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 게임의 수혜자가 결국 화천대유와 같은 숨어 있는 설계자들이었다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논란을 돌파할 게 아니라 자신의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끼리끼리 불로소득 해먹으며 공정을 해치는 부동산 적폐세력”이 활개 치고 있을 때 정책 입안자는 무얼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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