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피켓' 논란으로 국감장 대신 국방부 로비서 여·야 기자회견 공방전

정충신 기자 2021. 10.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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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예정된 국방위원회 국감이 국민의 힘 의원들의 ‘특검 피켓’을 둘러싼 10시간여 대치끝에 결국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의원들이 번갈아가며 국방부 로비에서 기자회견 공방전을 펼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날 오후 ‘특검 피켓’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5일 국방위 국감, ‘특검 피켓’ 둘러싼 10시간여 대치끝 무산 파행

‘정치중립’ 국방부서 볼썽사나운 공방전…‘본연업무 망각’ 비판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가 5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와 여당 의원들의 항의로 파행을 겪었다. ‘정치중립’이 강조되는 국방부에서 여야가 정치적 공방전을 펼쳐 국방 및 안보 정책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국방위 본연의 업무를 망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위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부와 소속 기관에 대한 국감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감장 좌석 앞에 설치한 피켓에 항의하는 여당 의원들의 거부로 10시간여 대치 끝에 끝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서울 용산 국방부 로비와 국방부 기자실을 오가며 기자회견으로 공방을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 5분쯤 국방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방위 첫 감사 일정이 개회하지 못하고 사실상 종료됐다”며 “위원장으로서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종용했으나 결국 절충이 안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는 국회가 아니라 국방부고 군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된다”며 “판넬(피켓) 자체가 정치적 의미가 있는 내용이라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고 판단했고, 저로서도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을 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 위원장은 6일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방위 국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합참 국감은 계획대로 할 예정”이라며 “합참은 정말 군부대라는 점을 감안해 (여야가) 지혜로운 결정을 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국방부 기자실로 내려와 “(야당에) 피켓을 제거해달라고 했으나 할 수 없다고 해서 회의가 파행되는 상황”이라며 “국방위 현안과 무관한 정치적 피켓을 내 건 채로 국감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도 “축구를 하려고 왔는데 수영복 입고 나타나 수영하자는 꼴”이라며 “국정감사에 집중해야지 (국감장을) 정치적인 구호와 정치 시위장으로 만들어서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기자실을 방문, “피켓 부착을 이유로 민주당이 회의를 보이콧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회의를 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피켓 시위 등을 통해 국민이 알아야 하는 것을 알리는 것은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며 “여당은 야당이 국민의 알 권리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보이콧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야는 오후에도 국감장 밖에서 공방을 이어가며 국감 파행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빴다. 성 의원은 오후 국방부 로비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대장동과 관련해 6800평에 이르는 군인공제회의 땅이 강제수용돼 현역 간부들이 피땀 흘려 저축한 4000억 원 정도가 손실될 위기”라며 “17만5000명에 이르는 간부의 사기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 의원 5명이 먼저 질의할 동안만이라도 피켓을 부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여당에서 거부하고 있다”며 “조속히 답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대장동 의혹이 국방위 국감과 관련이 있다는 성 의원의 주장에 대해 “견강부회”라며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에서 정치적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데드라인 없이 협의는 계속하겠으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상적인 국감은 어렵다”고 밝혔다.

국방부 청사 2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국감장의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에는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쓰인 피켓이 걸려 있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고 적힌 리본을 달았다.

군 관계자는 “국방 및 안보와 관련해 중요한 현안들이 많은데 정치적인 이유로 국방위 국감이 열리지 못해 안타깝다”며 “여야 간에 한 발씩 양보해 국감이 조속히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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