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에미넴' 최예림→'국악 싸이' 최재구 무대 찢었다 (풍류대장) [TV북마크]
5일 방송된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약칭 ‘풍류대장’) 2회는 놀라운 무대가 쏟아졌다. 국악계 프린스 김준수, 국악계 싸이 최재구, 국악계 1타 강사 서일도와 아이들, 성대 수술의 아픔을 딛고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가수 박혜경 등이 무대에 올라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여기에 방송 말미 등장한 ‘팬텀싱어3’ 준우승자 고영열의 출격은 더욱 뜨거워질 경연을 예고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무대에 오른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는 명불허전이었다. 국악에 대한 소외감이 늘 안타까웠다는 그는 국악을 알리기 위한 사명감으로 출연,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열창했다. 가요와 국악 창법을 넘나드는 시도로 6크로스를 받았다.
‘국악 에미넴’ 최예림이 1회를 관통한 무명의 반란이었다면, 2회는 최재구가 씹어먹었다. 마치 싸이를 연상케 하는 재치 넘치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살이 차오른다, 가자’로 개사해 국악을 덧입혔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가 요요가 와서 실패한 자전적 이야기를 코믹하게 풍자해 웃음을 선사했다. 판에서 흥을 돋우는 국악의 묘미를 살린 무대에 심사위원들도 기립했다. 성시경은 “중독성이 있다. 수능 금지곡이 될 것 같다”라는 센스 넘치는 심사평으로 호평을 보냈고, 솔라는 “‘풍류대장’에서 원했던 무대”라고 치켜세웠다. “최재구 씨가 하나의 장르가 될 것 같다”라면서 “사람들을 맘대로 웃길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순간 사람들을 맘대로 울릴 수도 있다”라고 극찬한 이적까지 최재구는 심사위원 7명의 마음을 빼앗아 올크로스를 받았다.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인 순간도 있었다. ‘고백’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등 수많은 히트곡의 주인공 박혜경은 성대결절을 극복하고 무대에 올랐다. 데뷔 전 판소리로 득음했다는 조용필을 따라 판소리를 배웠다는 박혜경. 다시 시작하는 무대에서 선택한 것은 국악이었다. 국악계 최고봉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정상희와 피우라(P.URA)를 결성한 박혜경은 ‘춘향가’ 중 ‘사랑가’와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를 왈츠 스타일로 편곡해 감성적인 무대를 꾸몄다. 심사위원의 평가가 엇갈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박혜경의 도전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박혜경은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많이 배웠다. 국악 열풍이 일어나 후배들이 더 반짝반짝 빛났으면 한다”라고 격려했다.
반전의 올크로스도 있었다.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던 서일도와 아이들은 심사위원 7명의 마음을 훔쳤다. ‘국악계 1타 강사’ 서일도는 제자들과 ‘서일도와 아이들’을 꾸렸다. 무대에 오르기 전 고수들의 무대에 기가 죽어 있었던 이들은 애절하면서도 중량감이 느껴지는 무대를 만들었다. 음악 선곡부터 의견이 엇갈리며 마음고생이 많았던 이들은 올크로스를 받은 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서일도는 “다음 선곡은 제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새로운 곡을 도전해보고 싶다”라면서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심사위원이자 20년 지기인 송가인을 속이고 출연한 서진실이 속한 AUX(억스)는 남도 민요의 대표곡 ‘새타령’을 리드미컬하게 소화해 올크로스의 영광을 안았다. 이적은 “너무 완성형이라 반칙”이라고 극찬했고,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나보다. 진실이가 고음 시시상청(최고조의 고음을 소화하는 경지)인데 음이 몇군데가...알제잉?”이라며 구수한 사투리로 날카로운 심사평을 날린 송가인의 모습도 훈훈함을 안겼다.
이날 멤버 총합 국악대회 13관왕이자 세종문화회관 국악단원인 국악 어쿠스틱밴드 ‘해음’은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정가와 가야금, 거문고의 조화를 이루며 5크로스를 받아 2라운드에 진출했다. 생활고에 시달려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오단해는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불러 성시경으로부터 “숨을 빼앗았다”라는 극찬과 함께 6크로스를 받아 다음 라운드 문턱을 밟았다. 그는 합격 후 아내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흘려 뭉클함을 자아냈다.
아이돌 음악에 국악을 입혀 신선한 장르로 재탄생한 무대도 쏟아졌다. 퍼포먼스 국악 밴드 V.STAR(브이스타)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로 ‘K-퍼포먼스’의 진수를 보여주며 올크로스로 합격했다. 10살 때 심청가와 수궁가 9시간 20분을 완창하며 세계 최연소 판소리 기네스 기록 보유자인 김주리는 블랙핑크의 ‘휘파람’으로 올크로스를 받았다. 2PM의 ‘니가 밉다’를 국악기 없이 국악의 소리를 만들어 소화한 ‘조선 그루브 유닛(조그유)’도 재기발랄한 시도로 올크로스를 챙겨갔다. 시를 노래하는 국악밴드 ‘음유사인’은 지코의 ‘아무 노래’를 원곡과 다르게 해석해 장단을 갖고 놀고 리듬신이 강림했다는 호평 속에 올크로스를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보컬플레이’ 톱 8에 오른 ‘온도’는 레드벨벳의 ‘피카부’로 올크로스를 받았다. 송가인은 온도의 보컬에 대해 “물건이 나왔다”라면서 “판소리에서는 목에 가족이 많다고 한다. 목에서 쓸 수 있는 구성이 많다는 건데 노래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게 능력”이라고 극찬했다. 또한 유튜브 총합 5000만 조회수의 국악 유튜버 권미희는 윤상의 ‘이별의 그늘’, 한예종 전통예술원 전체 수석 졸업자인 이아진은 정훈희의 ‘소월에게 묻기를’을 불러 다음 라운드에 올라갔다.
방송 말미에 등장한 ‘팬텀싱어3’의 준우승 팀 라비던스 멤버이자, 국악 끝판왕 고영열은 더욱 치열해질 경연을 예고했다. 국악계를 주름잡는 실력자들이 총출동한 만큼 올크로스가 쏟아진 2회. 이미 1회에서 ‘조선팝 창시자’ 서도밴드, ‘국악 에미넴’ 최예림, 무대를 뒤집어놓은 파격적 퍼포먼스 윤세연, 신명나는 한판을 보여준 누모리 등이 화제가 된 가운데 매회 실력자들이 펼치는 색다르고 흥과 힙이 넘치는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어렵게 출연을 결심한 국악인들의 눈물이 담긴 아름다운 도전이 큰 울림을 선사했다.
한편 2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전국 3.5%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이어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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