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 논란에 역술인 이름 줄줄이..'주술 논쟁' 이어진 야당 토론회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2차 예비경선(컷오프) 전 마지막 토론에서 서로의 경제공약을 검증했다. 부동산 정책과 노동개혁 등을 두고 토론하는 자리였지만, 후보자들은 더 첨예하게 맞붙은 주제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위장당원 발언 등이었다.
윤 전 총장발 ‘주술 논쟁’이 이어지면서 역술인들 이름이 대거 등장하는 공방이 벌어졌다. 정책 공약을 두고도 “빨갱이 욕하더니 공산주의 정책 아니냐”, “대통령이 아니라 밑에서 (공무원) 국장급이 할 일” 등 언쟁이 오갔다. 대장동 의혹을 풀 적임자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사진을 찢는 장면도 나왔다.
■윤은 손바닥 ‘왕’·위장당원, 홍은 ‘막말’로 공격 당해
전날 저녁 사전 녹화돼 5일 새벽까지 방송된 6차 토론회에서 ‘양강’으로 앞서가는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에게 다른 주자들의 질문과 공세가 집중됐다.
경쟁주자들은 윤 전 총장이 앞선 3·4·5차 토론회에 손바닥에 ‘임금 왕(王)’으로 보이는 글씨를 적고 나와 ‘주술 논란’이 인 데 대해 재차 따져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직접 썼겠나. 응원 개념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은 제 불찰로 인정한다”며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지지자가 써준 것이라는 답변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이를 두고 “‘왕’자 부적이 홍콩 외신에도 보도됐다. 잘못한 거죠”라면서 “오늘은 부적 없죠”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그게 부적이라고 생각했으면 손바닥에 그러고 다녔겠느냐”고 맞받았다.
주술 논쟁은 계속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가깝다는 소문이 퍼진 역술인 등의 이름을 일일히 거론하면서 따져물었다. 윤 전 총장은 ‘(천공이라는 분이) 스스로 윤 전 총장의 멘토, 지도자 수업을 시켜보겠다라고 자청한다는데 아느냐’라는 질문엔 “알기는 하는데 멘토라는 이야기는 과장”이라고 답했다. ‘부인과 장모가 역술인 무속인들을 자주 만나느냐’라고 묻는 데는 “저는 그런 분들 잘 안 만난다.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을 보긴 하지만 장모가 어떤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전날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위장당원’으로 들어와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상처받은 당원이 많다.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윤 전 총장은 “우리 당원이 SNS에서 우려를 많이 하고 있고 실제로도 친여성향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투표율을 높여서 여당의 공작을 막아내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 의원은 ‘막말 논란’으로 공격 받았다. 하 의원은 홍 의원을 향해 “막말병이 다시 도져 입에 올리기도 힘들다. ‘패고 싶다’, ‘하태경 떨어뜨려달라’고 공개 비방했는데 공직선거법상 후보비방죄”라고 했다. 홍 의원은 “토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 후보를 4강때는 정리해달라고 한 적 있지만 (그 외의 발언은) 특정해서 한 적 없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두 양강 후보를 겨냥해 “하루에도 한 번씩 어이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미신에 휘둘리는 후보, 막말하는 후보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재명을 이길 사람은 저 뿐”이라고 했다.
■대장동 의혹 풀 적임자 강조
주자들은 각자 자신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고 개혁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당시 성남시장이자 이재명 지사와 의혹 대상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정권의 부패와 악취가 코를 찌른다”며 “윤석열이 약탈 정권을 끝장내고 국민에게 나라를 되찾아드리겠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의혹 명단에 오르내리는 박영수 전 특검에게 “법정 최고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재명이 가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감옥”이라며 자신이 “대장동 비리의 몸통과 뿌리를 끝까지 파헤칠 1타강사”라고 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모두발언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에 ‘대장동 5적 두목 이재명’이라고 적힌 종이를 찢으며 “부동산 투기 마피아 두목 이재명, 당신을 국민의힘으로 심판하겠다”고 외쳤다.
의혹 대상자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박영수 전 특검이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윤 전 총장에게 포화가 가기도 했다. 홍 의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과 이 지사의 관계에 빗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가 구속되면 윤 후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고, 유 전 의원도 “박 전 특검이 비리의 덩어리가 되고 있는데 박 특검도 구속 수사받아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수사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면서 “(드러난 게) 사실이라면 (구속 수사를)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두고 공방전
경제 정책 중에서는 부동산 해법과 공공부문 인력 감축, 노동 개혁 등이 쟁점이 됐다. 홍 의원의 “3주택 이상 소유하면 주택을 강제매각토록하겠다”는 구상을 낸 것을 두고는 ‘공산주의’ 언쟁이 벌어졌다. 하 의원은 “공산주의 정책 아니냐. 세금으로 해야 자본주의다. 빨갱이 욕하시더니 본인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공산주의는 아니다”며 “부동산 시장이 워낙 폭등하니까 제안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공무원 감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대통령으로서 원칙을 정해야 하는데, 그거는 밑에서 공무원들이 국장급이 할 일”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있는데 국장이 맡아서 하나”라고 응수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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