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가 십자가로 성폭행"..佛 카톨릭, 70년간 33만명 성학대

장 마르크 사우브 조사위원장이 2021년 10월 5일 파리에서 교회 관계자들에 의한 아동 성적 학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 AFP/뉴스1

1950년부터 2020년까지 프랑스 카톨릭 교회의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33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중 21만 6000명은 성직자와 목사에게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성학대 독립조사위원회는 2년간의 조사 끝에 2500쪽에 달하는 교회 내 아동 성폭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수많은 아동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과 더불어 가톨릭 교회 측이 아동 성폭력을 체계적으로 은폐해 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80%는 10세에서 13살 사이의 남자 아이다. 그리고 3000여명으로 추정되는 가해자의 3분의 2는 가톨릭 성직자다.

여자 아이들도 신부와 수녀에게 십자가 등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엄청난 규모의 아동 성폭력이 벌어졌는데도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장마르크 소베 조사위원장은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피해 사실을 무시해왔고 심지어는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의 악행을 가리고 있던 '침묵의 베일'이 마침내 벗겨진 것은 "피해자들의 용기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마리라는 이름의 피해자는 11살 때 수녀에게 성폭력을 당해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으나 부모는 수녀가 그런 일을 할리가 없다며 믿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녀들은 소녀들을 성폭행할 때 십자가를 사용했고 소년들에게 그들과의 성관계를 강요하기도 했다.

13살의 나이에 교회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한 올리버 사비나크는 "나는 신부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돌봐주는 분이라고 믿었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나는 침대에 반나체로 누워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신부님이 그런 나를 만지고 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간 지속된 성폭력이 평생토록 자신에게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장마르크 소베 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남녀의 약 60%는 감정이나 성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빚을 졌다"며 "오랜 세월 침묵해 온 교회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보고서를 접하고 피해자의 상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그들이 겪은 일을 말해준 용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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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옥 기자 inokk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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