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작별인사, 13년 동행 마무리하는 시애틀과 카일 시거[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시거와 시애틀의 긴 동행이 끝나가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10월 4일(한국시간)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즌 최종전에서 패했다. 오타니 쇼헤이에게 리드오프 홈런을 내주고 기선제압을 당했고 결국 패했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1경기차로 추격하며 치열한 와일드카드 레이스를 펼치던 시애틀은 최종전에서 패하며 결국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경기 도중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시애틀은 9회초 수비에서 카일 시거를 교체했고 시거는 눈물을 흘리며 팀 동료들과 포옹을 나눈 뒤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시애틀은 시거가 교체되자 3루 베이스까지 뽑아 수거했다.
시애틀의 2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이날 경기는 시애틀과 시거의 13년 동행이 마무리되는 경기였을 가능성이 크다. 시거는 기립박수 속에 시애틀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이다.
시거는 2015시즌에 앞서 시애틀과 맺은 7년 1억 달러 계약의 보장 기간이 올시즌으로 끝났다. 2022시즌 2,000만 달러의 구단 옵션(바이아웃 2M)이 있지만 최종전에서 작별의 시간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 쪽으로 팀 내부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출신의 1987년생 내야수 시거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82순위로 시애틀에 지명됐고 2011년 7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대학 출신 신인인 시거는 TOP 100 유망주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굉장한 타격능력을 선보이며 빠르게 마이너리그를 졸업했다. 2009-2010시즌을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보냈고 2011시즌 단숨에 더블A와 트리플A를 통과하며 메이저리그에 올랐다.
2012년 풀타임 첫 시즌부터 팀 주전 3루수로 자리잡은 시거는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었지만 시애틀 내야의 한 축을 든든히 담당하는 꾸준한 선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굉장한 정교함을 보였던 것과 달리 빅리그에서는 2할 중반 정도의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였지만 준수한 장타력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보였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154경기 이상에 출전했고 올시즌에도 159경기에 나섰다. 단축시즌이었던 지난해 60경기 전경기에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풀타임 10시즌 중 부상을 겪은 2019년(106경기 출전)을 제외하면 언제나 변함없이 시애틀 3루에 서있는 선수였다.
꾸준히 경기에 나선 시거는 53경기에 출전한 데뷔시즌과 단축시즌인 지난해를 제외한 9시즌에서 모두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1,480경기 .251/.321/.442 242홈런 807타점 55도루. 1,480경기는 에드가 마르티네즈(2055G), 스즈키 이치로(1861G), 켄 그리피 주니어(1685G)에 이어 시애틀 통산 최다경기 출전 4위 기록이다. 통산 1,395안타 기록 역시 이치로(2542H), 마르티네즈(2247H), 그리피(1843H)에 이어 팀 역대 최다안타 4위 기록. 홈런 역시 그리피(417HR), 마르티네즈(309HR), 제이 뷰너(307HR)에 이어 팀 역대 4위다.
비록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시거는 10년 동안 시애틀을 지탱해온 기둥이었고 45년 팀 역사 속에서 큰 존재감을 가진 선수였다. 시애틀이 시즌 최종전에서 시거를 교체하며 T-모바일 파크 3루 베이스까지 회수한 것은 시거가 시애틀의 3루를 상징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MVP급 선수인 동생을 둔 탓에 이제는 '코리(LAD 코리 시거)의 형'이 돼버렸지만 시거 역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였다.
1987년생 시거는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곧 34세가 된다. 이제 노장이라 불릴 나이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공수 양면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시애틀의 판단대로 연봉 2,000만 달러의 가치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준척급 FA로 시장에서 여러 구단들에게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선수다. 시거는 올시즌 159경기에서 .212/.285/.438 35홈런 101타점을 기록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썼다.
이치로의 데뷔시즌 이후 한 번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한 시애틀은 올시즌 절호의 기회를 놓치며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시애틀의 암흑기를 지탱해준 시거도 결국 포스트시즌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시애틀을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은 올시즌 에이브러햄 토로를 영입하며 시거의 후계자도 얻었다.
과연 홈팬들과 눈물의 작별 인사까지 나눈 시거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 다가올 FA 시장이 주목된다.(자료사진=카일 시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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