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10년 후 존재하지 않을 수도" 英 문화부 장관 일침
“BBC의 미래요? 10년 후에 BBC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지난달 취임한 나딘 도리스 신임 영국 문화부 장관이 세계 최초의 공영방송인 BBC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도리스 장관은 최근 집권 보수당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BBC에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는 “BBC가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고 우월감에 빠져 있다”며 “공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도리스는 “BBC가 다양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노동자 계급을 배제하는 집단적 사고가 BBC에 있다”며 “BBC가 그곳에서 일하는 엄마, 아빠를 둔 사람들이 아니라 수신료를 내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했다. 도리스는 리버풀의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도리스는 BBC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기자가 ‘10년 후, 20년 후에도 BBC 수신료는 의무로 납부해야 하나’라고 묻자 도리스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지만 10년 후에도 BBC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방송은 매우 경쟁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BBC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과 경쟁해야 하며 젊은 세대가 TV를 보는 방식은 우리 세대가 TV를 시청하는 방식과 매우 다르다”고 했다.
이처럼 도리스가 BBC에 대해 맹공을 가한 이유는 내년 4월부터 5년간 적용될 수신료를 결정하기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보수당 정부는 BBC 수신료를 동결 내지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BBC 수신료는 올해 가구당 159파운드(약 25만7000원)이며, BBC의 한 해 수신료 수입은 32억파운드(약 5조1780억원)에 이른다. 2015년 이후 수신료를 물가 상승률에 준해 매년 인상해왔다. 영국인 중에는 BBC 수신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BBC 보도를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데다, 올해 봄에는 1995년 다이애나 왕세자빈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위조 서류를 동원하고 다이애나측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대로 보수당은 BBC가 노동당에 친화적인 보도를 한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19년 총선을 앞두고 BBC 인터뷰를 거부해 논란을 불렀다. 존슨은 또한 BBC 수신료를 내지 않았을 때 형사처벌하는 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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