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들킨 정보원들 잇따라 피살.. 美 CIA "해외 첩보망 붕괴 위기"

전 세계 지부에 경고 문건 보내
"정체 드러난 현지 정보원 수십 명, 일부 처형당해"

미국 버지니아 랭글리 CIA 본부 로비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전 세계 CIA 지부에 극비 전문을 보내고 현지 정보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정보 기관의 내부 첩보망이 뚫리고 있다는 사실이 노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CIA는 전문에서 최근 수 년간 해외 각국에서 미국 정부를 위한 정보원 역할을 했던 수십 명의 신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원이 드러난 정보원 중 일부가 정체를 들켜 붙잡힌 뒤 처형을 당했다는 것이다. NYT는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적성 국가들의 정보기관은 지난 몇 년간 CIA의 정보원들을 추적하고 나섰다”며 “그 결과 일부는 설득(compromised) 당해 거꾸로 미국 정보 당국의 움직임을 파악하거나 역 정보를 흘리는 등 이중 첩자 역할을 맡게 됐다”고 했다.

전문은 또 “CIA는 최근 정보원을 너무 신뢰하거나, 외국 정보 기관을 너무 폄하하는 것, 그리고 너무 빠르게 정보원을 심으려다 방첩에는 소홀히 한 것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들은 CIA 정보원들을 추적하기 위해 생체 인식, 얼굴 인식, 인공 지능(AI) 및 해킹 도구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했고, 이들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직 CIA 요원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얼굴인식 기술 등을 사용해 자국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CIA 요원이 접촉하는 사람들까지 실시간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정보원의 정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CIA의 통신망이 뚫리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이란에선 CIA의 통신망이 뚫렸고, 이에 따라 신원이 드러난 현지 정보원은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미국 정보원이 상대국 정보 당국에 의해 발각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정보전 분야에서 CIA의 능력이 퇴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NYT는 “한 CIA 전직 관리는 ‘정보원의 손실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면서도 “이번(극비 전문)은 정보원 문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