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TV 노조 128년 만에 파업 하나?.."인간적인 삶 보장 요구"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 10. 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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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있는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 지부 사무실 외벽에 연대를 상징하는 노조 깃발이 걸려 있다. 버뱅크|AP연합뉴스

미국 영화·텔레비전 산업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 128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영화 촬영과 무대, 소품, 메이크업, 의상 담당자 6만여명으로 구성된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은 지난 주말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98% 이상이 무기한 파업에 찬성했다고 AP 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ATSE는 지난주 영화 및 텔레비전 산업 사용자 단체인 영화방송제작자연합(AMPTP)과 진행해오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노조원 90% 이상이 참가했다.

IATSE의 전국 단위 파업 결의는 결성 1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파업이 결의됐다고 해서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파업 결의를 무기로 사측을 압박하다가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AP통신은 “영화와 TV 무대 뒤의 근로자들이 압도적으로 파업을 승인함에 따라 북미 지역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임금뿐 아니라 삶의 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품위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임금뿐 아니라 적당한 수면과 휴식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요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매슈 러브 IATSE 위원장은 성명에서 “파업 결의는 영화와 TV 산업 종사자들의 삶의 질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서 “스튜디오들은 우리 노조원들의 결의를 보고 이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러브 위원장은 “공은 AMPTP로 넘어갔다”면서 “파업을 피하고 싶다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합당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파업의 배경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아마존 비디오 등 스트리밍 플랫폼 산업의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IATSE는 스트리밍 플랫폼 등장으로 TV 드라마, 영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하루 노동 시간이 약 14시간으로 늘었지만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 임금은 기존 방송사 및 케이블TV보다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손실과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노조 측의 요구에 모두 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AMPTP는 성명에서 “영화·TV 산업이 코로나19 사태의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중대한 시기에 있다”면서 “영화·TV 산업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 측은 일부 업종에 대해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노조가 운영하는 연금에 발생한 4억달러의 적자를 메꿔주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양측은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노조 측이 노조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파업 결의를 받아냈기 때문에 사용자 측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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