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하기 힘든 음식도 동네 주민끼리 무료로 공유해요"

이소연 기자 2021. 10. 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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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전세계 500만명 사로잡은 하이퍼로컬 앱 올리오 CEO 테사 클라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좁아진 사람들의 생활 반경에 맞춘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원격근무가 늘고, 장거리 외출이 줄면서 일명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을 선점하기 위해 스타트업부터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까지 하이퍼로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에서 하이퍼로컬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외 기업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았다. [편집자주]

“2021년 9월 15일까지 유통기한인 초콜릿 쿠키와 빵, 동네 분들께 나눔 합니다. 도착하시기 전에 현관 앞에 둘 테니 픽업해가세요.”

대량으로 구매했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각종 빵, 요리 후 남았으나 처리하기 힘든 채소 등 식재료와 음식부터 아이가 성장해 몸에 맞지 않는 옷, 이사하면서 처분하고 싶은 낡은 소파까지⋯. ‘올리오’ 앱에 등록된 동네주민들끼리 무료로 주고 받는 음식과 물건은 다양하다.

영국 런던에서 2015년 출발한 ‘올리오’는 음식물 쓰레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 내 각종 무료 나눔 및 경제활동을 돕는 ‘로컬 커뮤니티 앱’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동네 주민 간 무료 나눔 플랫폼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직접 만든 비누 등 물건과 음식을 이웃에게 판매할 뿐 아니라 지역 식당과 식료품 사업자와도 협업하는 대표적인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밀착) 앱으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59개국에서 500만명의 이용자가 올리오를 이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비대면 하이퍼로컬 수요가 폭발하면서 9월 5일에는 4300만달러(약 512억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 세계 총 2500만인분의 음식과 300만 개의 가정용품이 올리오를 통해 동네 주민에게 무료로 공유됐다.

‘이코노미조선’은 올리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테사 클라크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테사 클라크 올리오 CEO.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 MBA. 사진제공 올리오

올리오는 어떤 앱인가

“집에 남았는데 버리기 아까운 식재료나 음식을 앱을 통해 가까운 동네 주민에게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든 무료 앱이다. 이젠 음식뿐 아니라 버리기 아까운 가구나 옷 등 각종 물건까지 서로 무료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남은 음식이 있다면 앱을 통해 음식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고, 그럼 동네 주민들은 앱으로 알림을 받게 된다. 주민이 음식을 받고 싶다고 요청을 보낸 후 직접 음식을 픽업하러 오면 된다. 음식물은 절반이 30분 이내에 픽업되고, 음식 외 물건은 절반이 4시간 이내에 픽업된다.”

올리오앱 이용자는 남은 음식의 사진과 유통기한 등 설명을 앱에 업로드해 인근 주민에게 무료로 나눔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나

“코로나19 이후 매달 앱으로 공유되는 음식량은 5배 늘었다. 전염병이 심해지자마자 ‘비대면 픽업’, 즉 음식물이나 물건을 받으러 온 주민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현관 앞에 이를 미리 내놓는 방식을 시행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19 이후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동네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올리오는 지난해 3월 영국에서 1차 봉쇄 조치가 시행됐을 때 음식이 필요한 배고픈 아이들과 가족에게 동네 주민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눌 수 있게 ‘쿡포키즈(#Cook4kids)’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약 3만 개의 요리가 공유되기도 했다.”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2014년에 이사를 하면서 당일에 당장 먹어도 좋은 음식이 많이 남아서 처리가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이사업체 직원은 식료품은 이사짐에 넣을 수 없으니 버리라고 했지만, 너무 아까워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인맥을 총동원해도 당장 우리 동네에서 음식을 줄 만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음식을 버리면서, ‘아 내 주위 몇백 미터 이내에 이 음식이 필요한 사람이 수없이 많을 텐데, 유일한 문제는 이 사람들은 내가 처분하고 싶어 하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은 음식이 있는 사람과 이 음식을 받고 싶은 동네 사람을 연결해주는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올리오앱 이용자는 직접 만든 요리나 물건 등을 인근 주민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용자는 누구인가

“환경을 아끼고, 동네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리오의 이용자가 될 수 있다. 학생부터 연금을 받는 노인까지 이용층이 다양하다. 올리오는 포용성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긴다. 다만 이용자 3명 중 2명은 여성이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25세부터 44세 사이이다.”

올리오앱 이용자는 서로 요리 방법 등 다양한 정보와 동네 관련 소식을 주고받는다. 올리오

기업과 어떻게 협업하나

“슈퍼마켓, 빵집, 기업 구내식당 등 로컬 비즈니스와 협업하고 있다. 3만명의 올리오 ‘푸드 웨이스트 히어로(Food Waste Heroes)’ 프로그램 자원봉사자가 이들 기업과 소통하며 이들 업장에서 팔리지 않은 여분의 음식을 영업시간이 끝나면 수거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다. 그 후 자원봉사자가 직접 올리오앱에 이들 업장의 음식을 대신 올려 자신의 집 주변 주민에게 재분배하는 시스템이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올리오는 수천 곳의 지역사회에서 보다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올리오는 현재 푸드 웨이스트 히어로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하는 기업으로부터 일부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차후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부터는 영국의 대형 유통 업체인 테스코와도 협업하고 있다.

앞으로 하이퍼로컬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까

“2030년까지 전 세계 동네 주민 10억명을 이용자로 확보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올리오가 상상하는 미래 속에서 동네 주민들은 소중한 자원을 버리는 대신 공유한다. 우리는 수억 명의 동네 주민과 로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의 방식을 구축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회용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싶다. 머지않은 미래엔 한국에서도 올리오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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