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서 스마트폰까지 반도체 부족 아우성.. 中 전력난에 메모리도 '비상'

박진우 기자 2021. 10.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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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車 2분기 판매량 급감 "반도체 없어서"
삼성전자, 갤Z플립3 흥행에 찬물 우려
아이폰13도 전작 대비 초도 물량 절반 이하
中 전력난에 메모리 필수 원료 '황린' 가격 급등
12인치 웨이퍼 팹. /TSMC 제공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에 이어 스마트폰 역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중국의 전력난이 반도체 쇼티지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 90%는 반도체 쇼티지로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 때문에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를 14억1400만대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7월 14억4700만대보다 3300만대 낮춰 잡은 것이다.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폭도 기존 9%에서 6%로 하향조정했다.

반도체 쇼티지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애플, 오포,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2분기 실제 주문량의 80% 수준으로 반도체를 공급받았고, 3분기에는 수급 상황이 더 나빠져 이 비율이 70%대로 내려앉았다.

3분기 신형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갤럭시Z플립3의 경우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로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쇼티지와 더불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도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역시 최근 출시한 아이폰13의 공급이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부족은 물론이고, 중국의 전력난이 겹친 탓이다. 현재 아이폰13은 주문부터 수령까지 한 달 이상 걸리고 있는데, 업계는 아이폰13의 초도 물량이 전작인 아이폰12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그나마 반도체 쇼티지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애플은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가장 큰 고객이어서 TSMC가 사활을 걸고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해 줄 방침이라는 것이다. 또 아이폰 신형 출시는 매년 일정해 공급업체들이 몇 달 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쇼티지가 올해 안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애초 올해 말이면 해결될 것으로 보였던 반도체 쇼티지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의 맷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CNBC 행사에서 “최근의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과 가격 상승 압박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라며 “현재 시장 상황을 볼 때, 2022년 내내 반도체 부족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일부 업체의 반도체 증설 계획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도 봤다. 현재의 계획은 3~4년 후를 내다본 것이기 때문이다. 머피 CEO는 반도체 쇼티지로 자동차뿐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 전자 산업 전반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12인치 웨이퍼. /TSMC 제공

실제 자동차 산업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미국 판매량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부족이 자동차 생산을 멈추게 했고, 재고량 급감으로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3분기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CEO 겸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최근 열린 IAA에서 “내년에도 반도체 쇼티지가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도 9월 국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7% 줄었다. 국내의 경우 33.7%, 해외 판매 및 수출은 17.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반도체 쇼티지로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기아 역시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췄다. 현대차·기아는 일 단위로 생산 상황을 모니터링해 일정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의 경우 ‘수출 효자’ 트레일블레이저를 만드는 부평1공장의 가동률을 지난달 50% 줄였다. 트랙스 등을 만드는 부평2공장도 절반만 운영 중이다. 한국GM은 상반기에 반도체 부족으로 8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봤다.

여기에 중국 전력난은 반도체 쇼티지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의 반도체 쇼티지는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메모리 반도체도 공급난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전력 관리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필수 공정에 필요한 ‘황린’ 생산을 9월부터 전달 대비 10% 이하로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팹. /SK하이닉스 제공

전 세계 황린 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업계는 황린 가격의 급등을 야기하는 한편, 반도체 생산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팹(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황린 가격 인상은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두 개의 낸드플래시 팹을,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팹을 각각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시안 팹에서는 회사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 우시 팹은 12인치(300㎜) 웨이퍼 기준 전 세계 D램 출하량의 10%가 제조되고 있다.

더욱이 우시는 전력난이 가장 심각한 동부에 위치해 만일 팹이 멈출 경우 SK하이닉스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단위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은 전력 공급 문제로 멈추면서 3000억~4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중국 팹은 전력난 속에서도 정상 가동 중이다”라며 “이들 팹에서 만들어진 상당수의 반도체가 중국 업체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공장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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