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번방 500일' 법은 여전히 온라인 성범죄에 관대하다

이은영 기자 2021. 10.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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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을 어기면 최대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적어도 먹거리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범죄는 어떤가. 오프라인 사건 현장이 없으면 수사 착수조차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온라인 성매매와 불법 음란물을 단속하는 심의기관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이정도로는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수사에 난색을 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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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을 어기면 최대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적어도 먹거리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범죄는 어떤가. 오프라인 사건 현장이 없으면 수사 착수조차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조선비즈는 ‘성범죄 소굴 SNS’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냈다. 대안을 찾기 위해 여러 전문가를 만났다. 그 중 한 명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온라인 공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온라인이 단순한 ‘오프라인의 반댓말’을 넘어서 현실 세계의 확장판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데, 우리 법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한 달 간 온라인 상의 성범죄 정보를 모니터링 해보니 소셜미디어(SNS)와 랜덤채팅 앱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이용하는 인기 게임 채팅창에도 성매매 관련 정보가 넘실대고 있었다. 미성년자 성매매 정황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커녕 정보 차단조차 쉽지 않았다. 우리가 지키는 법이 문제였다. 현행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고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와 처벌 역시 이들이 실제로 만나 성행위를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이뤄질 수 있다.

30여년 전 업소 위주 성매매가 활발하던 시기였다면 주기적인 단속으로 이들을 처벌할 수 있었겠지만, 온라인으로 성을 사고 파는 시대에는 과거 방식의 단속은 무의미해졌다. 경찰이 찾지 않는 온라인으로 성매매의 영역이 옮겨갔지만, 여전히 우리 법은 오프라인의 성매매만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온라인 성매매와 불법 음란물을 단속하는 심의기관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이정도로는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수사에 난색을 표한다고 한다. 범죄 현장을 포착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가로막혀 온라인을 떠도는 범죄 정보에 대해서 눈을 감은 모습이다.

오프라인 범죄 현장이 없다고 해서 범죄가 없는 게 아니다. 온라인을 성범죄의 소굴로 만드는 핵심 범죄자들을 찾아내서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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