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부는 집값 폭락을 감당할 수 있는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상승세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시장은 늘 사이클을 탔다. 최근엔 한동안 사라졌던 하락론자들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집값 상승세가 여전하지만 매매가격이 직전 거래보다 하락한 거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흐름이 바뀌었다고 할순 없지만 '상승' 일방이었던 시장에 나타난 균열이다.
'양치기 소년' 정부 당국자들은 적극적으로 집값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시장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지금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면 2~3년 뒤 매도할 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며 하락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본격화된 이후엔 더 섬뜩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임무인 금융 당국자들의 입에서 '회색 코뿔소 같은 위험 요인'(홍 부총리), '밀물에 갯벌 들어가는 격'(고승범 금융위원장), '퍼펙트스톰 발생 가능성'(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같은 표현이 쏟아졌다.
여기서 질문. 정부는 주택을 포함해 자산시장의 급변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그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을까. '시장 예측보다 큰 조정'이 왔을때, '(집을) 매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때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더이상 추격매수, 영끌매수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경고를 무시하고 돈 벌겠다고 투자한 거니 그 책임은 감당하세요"라고 할까.
정부의 폭락 경고에도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 모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사람들의 믿는 구석이 거기에 있다. 집값이 폭락하면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이 발생하는데 정부가 집값 폭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다 집값 폭락하면 어쩌려고'라고 물으면 이런 논리로 방어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들어 투기적인 주택 매수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서울 전체 주택 거래 중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투자'는 전체 거래의 43.5%(1~7월)에 달한다. 작년엔 35.6%였다. 특히 갭투자 중 전세금이 전체 집값의 70%를 넘는 비율은 거의 절반(48%, 1만7539건)이었다. 이 비율은 작년엔 22.5%였다. 강서구만 놓고 보면 전세금이 집값의 90%를 넘는 거래 비율이 30.5%에 달했다.
집값이 10%만 하락해도 올해 강서구에서 거래된 주택의 3분의 1은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싼 깡통주택이 된다는 의미다. 30%까지 떨어지면 1만7539가구가 깡통주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런 위험을 기꺼히 감수하고 있다.
서울의 이런 주택거래는 대부분 무주택자들의 갭투자다. 작년부터 거래가 급증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다주택자들의 갭투자 대상이다. 다주택자들의 취득세를 최대 4배까지 올린 작년 7·10 대책에서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은 제외된 이후 올해 8월까지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는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55% 급증했다. 10채 이상을 사들인 사람이 1500여명에 달했고 혼자서 269채를 사들인 개인도 있다.
갭투자가 주택 매수의 일반적 형태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하락 경고만 하고 있다. 갭투자의 자금줄인 전세대출 규제는 망설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전세대출은 폭증했고 전세대출을 보증한 정부기관들의 보증잔액은 국가 부채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의 경고처럼 집값이 급락하면 투자자는 손해를 보고 세입자는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손실은 정부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정부가 '집값 급락→깡통전세→투자자와 세입자 손실→은행과 보증기관 부실'을 방치할까. 하락에 대비하라고 경고하는 정부 역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가 집값 급락을 방어해야 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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