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장미꽃 건네는 남자"..부인 이순삼이 본 '인간 홍준표'
"내가 봐도 얄밉지만 정직하고 준비된 후보..경선 1위 확신"
(대구=뉴스1) 최동현 기자 = "결혼기념일에 장미꽃 100송이를 가져다줘요. 저는 자주 기념일을 잊어버리는데, 남편은 기억하고 챙기더라고요."
5일 대구의 한 주민복지관. 수수한 차림의 중년여성이 익숙한 발걸음으로 주방을 향했다. 그는 작업복 끈을 허리에 질끈 묶더니 고무장갑과 머리망까지 쓰고 100인분의 도시락을 짓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홍준표 의원의 부인 이순삼 여사(66)다.
이 여사의 '도시락 봉사활동'은 1년이 훌쩍 넘었다. 홍 의원이 지난해 대구 수성구을 무소속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매주 복지관을 찾았다. 최고령자 서모씨(83)는 "여태껏 많은 사모들이 다녀갔지만 이 여사처럼 일을 도맡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직접 도시락을 배달까지 하고서야 돌아간다"고 했다.
뉴스1은 이날 대구 수성구 범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순삼 여사를 만났다. 지난 8월 중순부터 대구에 머물며 남편의 대권행보를 돕고 있다는 이 여사는 '인간 홍준표'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자친구가 洪 팬이라며 커피 돌려…무야홍 실감"
"김천역 카페를 갔는데 직원 아가씨가 '제 남자친구가 홍준표 엄청 좋아해요'라며 일행들에게 커피를 돌렸어요. 얼마나 고맙던지…."
대개 정치인의 배우자는 정치인의 삶과 동행한다. 그의 일정표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빽빽하게 짜여있었다. 이 여사는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와 여론조사를 모두 훑는다"며 "유튜브도 5개씩 보고 나온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9번의 선거를 치른 베테랑 정치인의 부인이니 담담할 법도 하지만, 8월18일 대구로 온 날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이 여사는 "처음 대구로 내려온 날 잠이 안 왔다"며 "지지율도 낮은데 지구당에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발만 동동 굴렀다"고 떠올렸다.
'내조 효과' 덕분일까. 한 자릿수를 맴돌던 홍 의원의 지지율은 9월을 기점으로 파죽지세처럼 수직 상승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홍 의원의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은 8월4주 차 8.1%를 기록했지만, 9월2주 차에는 15.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정치권에 '무야홍 돌풍'이 분 것도 이때였다.
이 여사는 홍 의원을 유력 대권 주자 반열로 끌어올린 계층으로 '청년 세대'를 꼽았다. 그는 "요즘 대구 현장을 가면 2030세대의 지지가 피부로 느껴진다"며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갔었는데 내가 홍준표도 아닌데 '오빠, 홍준표 사모님이래'라며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홍 의원이 '막말 프레임'와 '강성보수 이미지'를 벗으려 부단히 노력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홍 의원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정장과 넥타이 색상을 푸른색 계열로 바꾸고 단어도 신중하게 고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여사는 "4년간 홍트럼프, 스트롱맨 등 막말 이미지에 많이 시달렸다"며 "본인도 무척 노력하는 것 같다"고 했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여사는 "(홍 의원이) 말을 평소 재미있게 하고 재치도 있지만, 내가 봐도 얄밉게 말할 때가 있다"라며 100점 만점에 90점을 줬다. 이어 "토론회에서 누굴 지정해서 세게 말할 때는 '아이고, 저 말은 하지 말지' 탓할 때도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다만 이 여사는 남편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50일째 대구·경북과 경남을 돌다 보니 '민주당과 싸워 이길 후보는 홍준표'라는 말씀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시대마다 필요한 인물이 다른데, 이번 대선처럼 어려울 때는 검증도 모두 거쳤고, 준비된 그 사람이 제격이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기념일 장미꽃 내미는 남편…과거로 돌아가도 홍준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남편 홍준표'의 면모도 공개했다. 한때 '남자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가부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고 부인의 잔소리에 눈치도 보는 남자라는 것이 이 여사의 전언이다.
이 여사는 '설거지 불가론'에 대해 "내가 초저녁잠이 많아서 일찍 자는데, 그럴 때면 남편과 아들 둘이서 술을 마시곤 한다"며 "다음날 나가보면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뒷정리를 해놓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홍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설거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늘이 정해놓은 것인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실제로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돕거나 요리를 하는 가정적인 남편이라는 얘기다.
이 여사는 '감동했던 순간'으로 매해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꼽았다. 그는 "저는 둔해서 기념일을 자주 잊어버리는데, 오히려 남편이 장미 100송이를 가져다준다"며 "보통 아들은 엄마 편이라는데, 우리 집은 둘 다 아빠 편이다"라고 했다.
이 여사는 '과거로 돌아가도 홍준표를 다시 만나겠느냐'는 말에 "홍준표가 아닌 사람하고 어떻게 살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40년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하고 본인 입으로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며 "어려운 환경에도 반듯하게 잘 자라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봉사하는 영부인' 꿈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이 여사는 '차기 영부인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0세부터 7세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기관이 너무 부족하다"며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제도가 갖춰지면 그곳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홍 의원이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고(故) 육영수 여사가 만든 봉사단체 '샛별회'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당시 샛별회에서 활동하는 경남도청 실·국장 사모들과 18개 시·구를 돌면서 봉사 활동을 참 열심히 했다"며 "봉사를 하면서 마음도 따뜻해지고 사모들과의 교류도 돈독했다"고 회상했다.
이 여사는 홍 의원이 경선 준비로 체중이 부쩍 줄어든 것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는 "복당이 늦어져서 이번 대선도 그냥 끝나려나 생각도 했는데, 다행히도 지지자들이 점점 많아지니 희망이 생긴다"며 "당신이 꼭 1등 할 것을 믿고 저도 열심히 돕겠다. 힘을 내 달라"고 응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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