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쏴도 잠자코 있으라는 北..10월에도 무력시위 이어갈까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이 지난 8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남북한 당국 간 통신연락선을 재개통하며 모처럼 '대남 유화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론 북한이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때 수립한 이른바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무기개발·시험은 이달 중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군 당국은 관련 동향에 한껏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울 후반기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뒤인 9월 한 달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발사·훈련을 실시하고 이 같은 사실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앞서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엄청난 안보위기"(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운운했던 북한은 지난달 11~12일 비행거리 1500㎞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5일엔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의 일환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60여㎞로 탐지됐다.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 땐 열차형 이동식 발사대(TEL)를 개발한 사실을 처음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달 28일엔 극초음속 미사일로 개발 중인 '화성-8형'을, 그리고 30일엔 신형 반항공(대공)미사일을 각각 시험발사했다.
북한의 반항공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영공으로 날아든 군용기나 미사일을 요격·격추하는데 사용되는 '방어용 무기'란 점에서 앞서 시험한 공격용 미사일들과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연이은 무기시험·훈련이 최근 우리 군의 각종 무기 개발을 의식한 행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북한이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을 실시한 지난달 15일 우리 군은 국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도산안창호함)에서 쏘는 최종단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시험 참관 뒤 "(우리 군이) 언제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하자 북한은 김 총비서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부적절한 실언" "우몽하기(어리석고 사리에 어둡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의 장창하 원장도 "전쟁에서 효과적인 군사적 공격수단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군의 SLBM을 평가 절하하는 글을 썼다.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를 향해 '대북 적대시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 북한이 요구하는 '2중 기준 철회'란 자신들의 무기시험이나 훈련을 더 이상 '도발'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달 1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화성-8형' 발사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과 관련해서도 "명백한 2중 기준"(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이라며 반발했다.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대북제제 결의 제1718호, 그리고 2009년 채택한 1874호 등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기술을 적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했다.
북한도 유엔 회원국인 만큼 이 같은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달 3일 외무성 조 국장 명의 담화에서 밝혔듯, 해당 결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는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시정연설에서 "지금 남조선(남한)에서 우리 공화국(북한)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릴 자극하고 때 없이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며 향후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우리 정부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는 이후 이달 4일 오전 9시부로 남북 통신선을 복원토록 지시하면서도 우리 측을 향해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 즉 대북 적대시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관련해 일단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미국 측을 상대로 일단 설득에 나선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한미동맹 관계와 미군의 한반도 주둔까지 문제 삼은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 8월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할 때부터 제기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대북 관측통은 "현실적으로 한미동맹 파기나 미군 철수 등의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이 이를 계속 거론하는 건 추후 '도발'의 명분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오는 10일 제76주년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일 수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노동당 창건일에 즈음해 "재차 국방력 강화를 과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E-8C '조인트스타스', RC-135W '리벳조인트' 등 미군 정찰기들은 이달 2~3일에 이어 4~5일에도 연이어 한반도 상공에 출격하는 등 대북 경계 감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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