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선량함과 잔혹함의 허술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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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25일 미국 미주리주 웹스터카운티 엘크랜드(Elkland)의 고원 목장지대에서 아동 4명을 포함한 두 가구 7명이 피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민 250여 명이 대를 이어 농사 짓고 가축을 키우며 친척처럼 지내던, 강력범죄는 남 일로 알던 작은 마을이었다.
두 일가 10명 중 슈니크와 어린 두 딸만 살아남은 셈이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라이온스클럽 회원으로 마을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그의 범행과 거짓말에 주민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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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25일 미국 미주리주 웹스터카운티 엘크랜드(Elkland)의 고원 목장지대에서 아동 4명을 포함한 두 가구 7명이 피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민 250여 명이 대를 이어 농사 짓고 가축을 키우며 친척처럼 지내던, 강력범죄는 남 일로 알던 작은 마을이었다. 피해자도 처남, 매부도 이웃으로 지내며 소를 치던 목장에서였다. 주민들을 더욱 경악하게 한 건 이구동성 착하고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14세 소년 커크 부크너(Kirk Buckner)가 범인이라는 거였다.
커크는 자기 아버지(35)와 어머니(36), 세 남동생(8세, 7세, 2세)을 차례로 총으로 사살하고, 옆집 고모(30)까지 살해한 뒤 고모부인 제임스 슈니크(James Schnick, 36)와 몸싸움을 벌이다 빼앗긴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경찰은 발표했다. 두 일가 10명 중 슈니크와 어린 두 딸만 살아남은 셈이었다. 슈니크도 몸싸움 도중 허벅지와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하지만, 카운티 경찰은 범죄 현장에서 슈니크가 보인 과장된 행동과 총상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경미한 부상, 무엇보다 '그런 짓을 범할 아이가 아니다'라는 주민들과 학교 급우들의 한결같은 진술에 의심을 품었다. 몸무게가 113kg에 달하던 아버지의 시신을 몸무게 40kg의 커크가 약 5km나 떨어져 있는 인근 교회 묘지까지 옮겼다는 점도 미심쩍었다. 부검의는 커크의 가슴 총상에서 칼에 먼저 찔린 흔적을 확인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커크가 왼손잡이란 증언이었다. 그는 오른손에 총을 쥔 채 숨져 있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한 취조 끝에 슈니크는 10월 6일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라이온스클럽 회원으로 마을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그의 범행과 거짓말에 주민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처남과의 사소한 갈등이 범행 동기였다. 작가 요 네스뵈는 인간이 진흙으로 빚어져 어이없이 정체가 바뀌기도 한다고, 근작 '맥베스'에 썼다. 슈니크는 1심에서 사형을, 항소심에서 가석방 없는 3차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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