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약값이 25억 원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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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아기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 살배기 딸이 스스로 목도 가누지 못해 누워서만 지내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고 있어요."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12개월 된 딸을 둔 엄마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가슴 아픈 사연이다.
하지만 약값이 25억 원이어서 웬만한 사람은 약 처방을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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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아기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 살배기 딸이 스스로 목도 가누지 못해 누워서만 지내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고 있어요.”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12개월 된 딸을 둔 엄마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가슴 아픈 사연이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유전자 결핍이나 돌연변이로 인해 근육이 점점 쪼그라드는 유전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30명 정도가 이 희소 질환을 갖고 태어나지만 대부분 두 돌도 되기 전에 목숨을 잃는다.
다행히 주사 한 번만 맞으면 척수성 근위축증을 거의 완치하는 기적의 신약인 ‘졸겐스마’가 지난 5월 판매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약값이 25억 원이어서 웬만한 사람은 약 처방을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고통 속에서 목숨을 하루하루 이어가는 아이를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부모 심정을 감히 헤아리기도 힘들다.
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가 앓는 선천성 유전 질환 치료에 아주 적극적이어서 졸겐스마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ㆍ독일에서는 환자가 1,000만 원만 부담하면 되고, 일본에서는 무료로 치료할 수 있다.
졸겐스마처럼 생사를 가르는 혁신적인 신약이지만 너무 비싸서 감히 써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적지 않다. 1회만 투여하면 혈액암 환자의 53%가 완치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킴리아’도 약값이 5억 원이나 된다. 심근병증 치료제 ‘빈다맥스’(2억5,000만 원),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연간 1억 원) 등도 약값이 너무 비싼 탓에 실제로 처방을 받고 있는 환자는 거의 없다.
암 환자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초고가 약들의 건강보험 등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약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막무가내로 혜택을 고집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물론 보건 당국 입장에서도 이들 초고가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지원을 계속 늘리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3,531억 원으로, 2018년 1,77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적자다. 이 속도라면 2024년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따라서 보건 당국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히 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최근 5년간 외국인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가 3조6,621억 원이어서 국민 원성이 점점 높아지는데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어 적자를 줄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감기 등 경증 질환 혜택을 대폭 줄여 중증 질환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초고가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가 부담스럽다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제약사가 약값을 환불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니면 희소 질환 치료에 복권 기금을 활용하는 등 별도의 재원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선천성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가 약값이 너무 비싸 치료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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