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실망 넘어 혀를 차게 하는 野 대선 주자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 행사에서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면서 위장 당원들이 엄청 가입해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난 6월 이후 26만5000여 명 늘었다. 당시 거세게 불었던 ‘이준석 바람’ 때문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 들어온 26만여 명 중 20~40대가 43%인 11만4000여 명인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윤 전 총장의 위장 당원 발언은 새로 유입된 젊은 당원들의 관심이 자신보다 다른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당 대선 주자가 새로 당원이 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가 아니라 ‘위장 당원’이라고 공격할 수 있나. 윤 전 총장은 그런 비난을 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원 모집을 하지 않고 있나. 그런 사람들은 무슨 당원인가.
윤 전 총장은 최근 3차례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나온 사실이 화면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지자가 그려줬는데 미처 못 지웠고 이전 토론회에선 없었다”고 했지만 3·4차 토론에서도 ‘왕’ 자를 적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짓 해명 아니었나.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안 지워졌다’는 어이없는 해명도 내놓았다. 나라를 맡을 수 있는 사람들인지 기본적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의원은 당 공개 행사에서 경쟁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저 X은 당 쪼개고 나가서 해체하라고 X랄하던 놈”이라며 “줘패버릴 수도 없고”라고 했다. 홍 의원은 첫 TV 토론에서 ‘조국 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하 의원 질문에 “과잉 수사” “잔인한 수사”라고 답하면서 조국 전 장관 편을 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 이런 폭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렇게 거칠게 보복한다면 어떻게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야당 대선 주자 중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상당수 국민들의 기대가 이 두 사람에게로 모인 것이다. 두 사람이 뛰어나서 이런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조심하고 겸허해야 한다. 여당 대선 주자의 대형 의혹과 막말 욕설로 혀를 차는 국민들이 야당으로 눈을 돌려도 같은 행태를 보게 된다. 사상 최악의 대통령 선거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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