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번영 약화시킨 중국, 유사시 무역법 301조 발동”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10.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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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4일(현지 시각)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CSIS 초청 연설에서 대중 통상 정책의 윤곽을 밝히고 있다. /CSIS 제공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절의 고율 관세 부과 등 강경한 대중(對中) 통상 전략을 지속·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 무역 정책 총사령탑인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 시각)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준수 여부를 중국과 논의하겠다”며 “중국은 농업 등 미국의 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약속을 했고 우리는 이를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해로운 무역 정책·관행으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무역 정책 윤곽을 처음 밝힌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들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을 벌이다, 2020년 1월 중국이 2년간 미국산 제품을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원) 추가 구매하고 미국은 대중 관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1단계 무역 합의를 맺고 ‘휴전’했다. 바이든 정부 통상 당국은 지난 8개월간 이를 점검한 결과,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 등을 이유로 합의의 60% 정도밖에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7월 상하이 항구 인근에서 중국 공안들이 성조기가 꽂힌 미 대사관 차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후 트럼프 정부와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를 맺고 휴전했으나 중국이 대미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AP 연합뉴스

타이 대표는 이날 “1단계 합의 후에도 중국의 국가 중심적이고 비시장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계속 특정 산업에 (보조금)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국가 의지대로 자국 경제를 형성하면서 미국과 세계 노동자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너무 오랫동안 세계 무역 규범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미국과 세계의 번영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우리가 걱정해온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개혁을 할 계획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우리의 동맹들과 협력해 21세기의 공정한 무역을 위한 규칙을 만들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한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신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캐서린 타이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타이는 대만계 출신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책을 천명해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타이 대표는 “앞으로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광범위한 정책적 우려를 전달하고, 보유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필요시 신규 수단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법 301조(외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고율 관세 등 보복을 규정)를 새로 발동할 것이냐’는 질문에 “협상 카드라 지금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이 내게 있다. 301조도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표적 관세 배제 프로세스(대중 고율 관세 부과 시 피해를 보는 미국 기업 요청이 있을 때 관세를 예외로 하는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이는 대중 고율 관세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타이의 연설에 앞서 이뤄진 브리핑에서도 미 고위 당국자는 “타이 대표가 중국과의 화상 회담을 곧 추진할 것이며, 대중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대만계 이민 2세로 영어·중국어에 능통하며 대중 매파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동맹과 협력해 중국에 맞서겠다”고 천명하면서 바이든 내각 인사 중 유일하게 상원에서 여야 만장일치 인준을 받아 미 통상 정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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