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재명 캠프’ 방문기

박국희 기자 2021. 10.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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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캠프’ 관계자 A씨를 취재할 일이 있었다. 취재 목적을 밝히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잠시 뒤 전화를 걸었더니 수신 차단이 된 상태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연락할 방도가 없어 국회 앞 이재명 캠프를 찾아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자치분권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정책공약' 이행을 약속하는 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캠프는 빌딩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관리자 정도로 보이는 관계자에게 신분을 밝히고 A씨가 소속된 사무실 위치를 문의했다. 하지만 그는 ‘조선일보 기자’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말해줄 수 없다”며 “당장 나가라”고 했다. A씨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지금 자리에 없으니 어서 나가라”고 했다. 신분을 되묻자 “그걸 내가 왜 대답해야 하느냐. 말해주기 싫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쯤은 동등한 인격체로도 대우하기 싫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과거 조선일보와 정치적 지향점이 상이했던 민주노동당을 취재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캠프의 좌장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적대적 언론관이 캠프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투영된 느낌이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소위 눈치 보지 않는 ‘사이다’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언론에 자주 기사화 되면서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중앙 무대로 진출한 뒤에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비판적 보도가 나오면 무차별적으로 고소를 남발해 언론 보도를 막으려 했다.

비단 언론을 상대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지사가 정치적 반대 진영에 던지는 언어는 섬뜩하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조준했던 곽상도 의원을 향해 “같은 하늘 아래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2014년 욕설 논란이 있었던 형수에게는 “너와 손잡은 패륜 국정원과 새누리당에도 반드시 그 빚을 갚아주겠다”고 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에는 “더 큰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하자”고 했고, 최근 민주당 경선에서는 “기득권, 부패 세력과 더 치열하게 싸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했다.

이 지사에게 정치는 상대를 죽이고 보복을 해야 하는 전쟁인 것 같다. 상대 진영 인사와는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다는 이 지사에게 정치적 반대편에 서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어떤 존재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정치인들이 밥 먹듯 쓰는 ‘통합’과 ‘협치’를 그간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지사가 빈말로라도 언급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 지사가 혐오했던 곽 의원은 최근 자신에게 비판적 보도를 했다는 경향신문을 상대로 5000만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곽 의원)는 국회의원이고 공적인 존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했다. 괴물과 싸우려다 괴물이 된다는 옛말이 틀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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