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원주민 "유동규, 사업 당시 '내 말이 이재명 말'이라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측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 지사와 유씨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을 현재와 같은 민관(民官) 합동 방식으로 하는 것이 원래 유씨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이 지사가 유씨를 격의 없이 대했고, 유씨도 “내 말이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5일 “유씨는 측근으로 보기는 어려운 사람”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2012년 5월 3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대장동을 공영 개발로 하겠다고 했지만, 유동규 당시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이 민관 공동 개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이 시장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유동규)가 느닷없이 이 사업에 민간 시행사를 참여시키는 개발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며 시장과 측근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3년 뒤인 2015년 사업자를 선정하며 본격화한 대장동 개발은 유씨 주장처럼 민관 합작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유씨가 이 지사의 생각을 바꿀 만큼 영향력을 가진 측근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지시를 받은 성남시의원들이 100% 공공 개발을 포기하도록 집요한 압력을 넣어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는 등 시정까지 방해했다”며 “이런 압력에도 이 지사가 공공·민간 복합 개발을 성사시킨 것”이라고 했다. 유씨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계속되는 시의회의 반대로 100% 공공 개발을 관철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4일 밤 페이스북에서 “유동규씨가 이 지사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 직원들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지사 시절 경기도 부지사를 지낸 박 의원은 “여러 경기도청 관계자 제보에 따르면 유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명장을 받을 때 이 지사가 수여식 절차와 직원들을 물리고 ‘동규야, 이리 와라’ 하면서 바로 티타임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도청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유씨는 평소 ‘이 지사가 넘버1, 정진상(이 지사 대선 캠프 총괄 부실장)이 넘버2, 내가 넘버3′라고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익명의 신빙성 없는 말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수없이 많은 상황에 배석했지만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유씨가 대장동 사업 담당자로 일하면서 “내 말이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5일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대장동 원주민 녹취록을 보면, 원주민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해도 받아주지도 않았고, 유동규 기획본부장에게 가라고 했다”며 “유동규가 ‘절대 피해가 안 가게 하겠다’고 해서 당신이 어떻게 책임지느냐고 하니 (유씨가) ‘내 말이 시장 말이다. 내 말이 이재명의 말이니까 믿고 기다려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가 민주당 부대변인 시절이던 2009년 유씨와 민주당 인사 간담회를 주선한 일도 있었다고 5일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2009년 9월 김진표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 논의를 위해 국회에서 유씨와 정책 간담회를 했다. 당시 유씨는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으나, 2009년에는 분당의 핵심 의제가 아파트 리모델링이었다”며 “정치권이 관심 갖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유씨는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리모델링 관련 공약을 만들어 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유씨가 성남시장 선거 때 ‘직능 단체’ 역할을 맡으며 관련 공약을 내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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