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1] 권력자라면 오이디푸스처럼
보라. 이 사람이 오이디푸스왕이다. 시민들 중 그의 행운을 부러워하지 않은 자 누구였던가? 하지만 보라. 그가 얼마나 무서운 재난의 크나큰 파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는지. 그러니 필멸의 인간은 마지막 날을 볼 때까지는 누구도 행복한 사람이라 부르지 말아야 한다. 그가 어떤 고통도 겪지 않고 삶의 경계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왕’ 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주 더 연장되었다. 영업 시간 제한과 사적 모임 통제로 지난 2년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반 시민의 생활은 점점 더 큰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될 거라지만 마스크나 백신 접종 확인증이 없으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등, 강제 방역 정책은 앞으로도 국민의 일상을 지배할 것 같다.
약 2500년 전 소포클레스가 쓴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왕은 자신의 운명을 알기 전까지는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역병과 기근을 해결하려면 선왕을 죽인 죄인을 찾아 벌해야 한다는 신탁을 듣는다. 왕은 자신이 바로 그 범인임을, 오래전 길에서 함부로 죽인 사람이 테베의 선왕이자 자신의 친부였다는 걸 알게 된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를 시민들은 지혜롭고 용맹한 왕으로 떠받들었으나, 그는 부친 살해범이자 근친상간범이었다. 재혼해서 아들딸 낳고 살았던 남편이 자신이 버린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왕비는 자결한다. 오이디푸스도 진실을 보지 못한 두 눈을 바늘로 찔러 멀게 한 뒤 모든 재앙의 책임을 지고 테베를 떠난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과학적 사고가 당연해진 요즘, 현대의 역병이 되어버린 코로나와 그로 인한 불황이 권력자의 숨겨진 죄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손에 쥐었던 권력자에겐 오이디푸스처럼 모든 것을 책임지고 떠나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무심한 선택과 사소한 결정에 대해서조차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인생의 법칙이야말로 오이디푸스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비극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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