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03] 췌마지술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10.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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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蘇秦)은 흔히 말하는 유세객(遊說客)이다. 유세객이란 제후들을 설득해 자신의 계책을 따르게 하고 부귀를 얻으려는 자를 말한다. 특히 춘추전국시대에 이런 사람이 많았다. 대체로 국가의 공적 기능이 무너져내리면 이런 유세객들이 판을 치게 된다.

소진은 유세에 나서기 전 1년 동안 췌마지술(揣摩之術)을 연마했다. 췌마(揣摩)란 촌탁(忖度)과 같은 뜻으로 자신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어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미루어 헤아리는 술책을 뜻한다.

한나라 원제(元帝) 때 환관 석현(石顯)이 바로 이 췌마지술에 능했다. 석현은 법률과 실무에 밝았다. 그래서 원제는 석현이 정밀하고 순수하고 한결같아 믿고 맡길 만하다고 여겨 마침내 정사를 맡겨 크고 작은 일 할 것 없이 석현의 아룀을 통해 결정했다.

반고(班固)는 ‘한서(漢書)’에서 석현을 이렇게 평했다. “영리하고 일에 능숙했으며 능히 군주의 의중을 잘 살펴 알았다. 또한 속마음이 음험하고 악독하여 궤변으로 사람들을 해쳐서 자신을 거역하거나 거슬려서 원한을 산 사람들에게 번번이 가혹한 법을 적용했다.”

진덕수(眞德秀)는 이 대목을 이렇게 풀이했다. “소인이 권력과 총애를 훔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군주의 뜻을 엿보아 이에 영합한다. 이는 군주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고 기뻐할지 노여워할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와 유동규씨의 관계를 떠올린 것도 2020년 12월 유동규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서 물러날 때까지는 적어도 특수관계였음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가 될 때까지 일개 민간인이 공직자로 변신해 ‘특수한 임무’를 전적으로 맡아서 해온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친분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 지사는 사람 보는 데 어두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췌마지술에 당한 것이니 말이다. 물론 당한 것인지 부린 것인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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