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연욱]차용증 '꼼수'

정연욱 논설위원 2021. 10.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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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서 5억 원, 위례신도시 사업자로부터 3억 원, 이렇게 모두 8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지역구 의원 동생 P 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10억 원 차용증을 작성하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

유 씨가 대장동 개발 대가로 7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녹취파일도 단순히 농담으로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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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서 5억 원, 위례신도시 사업자로부터 3억 원, 이렇게 모두 8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유 씨는 “뇌물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 대신 자신과 동업 중인 정모 변호사로부터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 명목으로 11억 원을 빌렸다고 해명하고 있다. 뇌물이 아니라 차용증까지 쓴 정상 거래라는 것이다.

▷차용증은 선거철에도 종종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한 구청장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지역구 의원 동생 P 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10억 원 차용증을 작성하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 법적인 시비를 피하기 위해 차용증을 쓰지만 사실상 10억 원을 공천헌금으로 내라는 얘기다. 해당 의원 측은 “공천에서 떨어지니까 흑색선전을 한다”고 반박했지만 P 씨는 구속 기소됐다.

▷가족 간에 돈을 주고받을 때도 증여세를 물지 않으려면 차용증을 써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차용증을 썼다고 해서 모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금 출처나 변제 방식이 설득력이 없으면 차용증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취급된다. 지난해 국세청의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에 따르면 고가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산 직장인 A 씨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고 30년간 갚기로 했다는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의 경우 소득에 비해 상환해야 할 액수가 너무 컸다. 결국 국세청은 이 차용증을 가짜로 판단했고, 수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다시 대장동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유 씨가 썼다는 차용증을 액면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신고 재산이 2억 원에 불과한 유 씨에게 11억 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빌려주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인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유 씨는 지난해 말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마땅한 직업도 없는 상태다. 이렇다면 11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을 제대로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또한 돈을 빌려줬다는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 씨의 수족처럼 움직였다. 두 사람이 차용증을 썼다고 해도 별도의 이면 계약을 했을 거라고 추정할 만한 이유다. 그동안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유 씨의 해명은 대부분 검찰 수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유 씨가 대장동 개발 대가로 7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녹취파일도 단순히 농담으로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검찰이 이 차용증의 진위를 어떻게 가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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