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헌재]집행검 세리머니 1년, NC의 반성과 초심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2021. 10.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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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54·엔씨소프트 대표)가 검은 천을 걷어내자 거대한 검이 불빛 속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NC 선수단이 들어올린 거대한 검은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 시리즈에 등장하는 '진명황의 집행검' 실물 모델이었다.

엔씨소프트의 과금 논란에 대해서도 김 구단주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과거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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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54·엔씨소프트 대표)가 검은 천을 걷어내자 거대한 검이 불빛 속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주장 양의지를 비롯한 선수들은 검을 하늘 높이 번쩍 들어올렸다. 화려하고 인상적인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였다.

1년 전 이맘때 NC 야구단과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다이노스는 2011년 팀 창단 후 9년 만에 우승을 맛봤다. ‘프로야구 키드’였던 김 구단주는 한국시리즈 모든 경기를 ‘직관’했다. 우승 순간 그가 평생을 바친 게임 속 아이템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NC 선수단이 들어올린 거대한 검은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 시리즈에 등장하는 ‘진명황의 집행검’ 실물 모델이었다. 그가 광고 모델로도 나선 리니지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친근한 행보 덕에 그는 ‘택진이 형’이란 별명도 얻었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멀고 험했지만 내려오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NC 야구단과 엔씨소프트는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정의, 명예, 존중’을 모토로 내세웠던 야구단은 선수들의 잇단 일탈로 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7월 도쿄 올림픽 직전 주전 선수 4명이 원정 숙소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졌다. 그중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들과 접촉한 다른 구단 선수들로 번졌다. NC발 사태로 KBO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리그를 중단해야 했다.

엔씨소프트가 만든 게임들도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용자들은 8월 말 출시된 신작 게임 ‘블레이드&소울2’(블소2)가 돈을 써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일명 ‘페이투윈(Pay to Win)’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이는 페이투윈 기반으로 성장해 온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졌다. 2월 초 22조 원을 넘었던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5일 종가 기준 12조 원대로 떨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김 구단주의 행보다. 김 구단주는 7월 KBO의 상벌위 직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선수단의 일탈에 대해 구단주가 직접 사과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이후 사장과 단장을 교체하며 전면적인 팀 쇄신에 나섰다. 이에 응답하듯 NC 야구단은 평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과금 논란에 대해서도 김 구단주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과거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실제로 과금 요소를 줄이는 등 게임에서도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가 엔씨소프트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모토는 “세상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하자는 것”이었다. 야구단을 창단할 때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창조하고 싶다”고 했다. 위기를 맞아 엔씨소프트와 야구단은 팬들과 이용자들의 즐거움이라는 ‘초심’을 강조했다. 변화는 어렵고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 경기마다 항상 쓰이는 명언이 있다. “위기 뒤엔 기회가 온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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