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MZ세대 여행 1순위? 한국입니다"
“제가 15년 전 한국서 일할 때 한류 붐이 막 싹트기 시작했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젠 전 세계 젊은 층의 ‘여행 드림 리스트’에 한국이 올라 있어요. “여름휴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어디서 일해보고 싶은가” 물으면 한국, 서울이 빠지지 않죠.”
그룹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 전방위적 문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이다. 인사치레나 단순한 덕담일까. 하지만 이 남자의 ‘직업’을 듣고 보면 그 말의 무게감과 진정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23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럭셔리 여행용 가방(캐리어) 브랜드 리모와(RIMOWA) 위그 보네-마장베르 CEO다.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한남동에서 열릴 리모와 전시 ‘여행은 한 권의 책이다’에 앞서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최근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은 MZ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멋진 면모(cool factor)”가 상당하다”면서 “해외여행 등을 통해 현지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쿨함(coolness)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출신인 그는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에 속한 로에베, 셀린느, 루이비통 같은 여러 브랜드를 맡으며 한국⋅홍콩⋅독일⋅스페인⋅프랑스 등 대륙을 옮겨 살았다. 2004년부터 3년간 루이비통 한국지사에 근무할 당시 막내딸이 태어났다. 그는 막내를 한국 딸(my Korean girl)이란 애칭으로 부른다고 했다.
무료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책 한 권에 이끌려 훌쩍 여행을 떠나 글을 쓰곤 했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패티 스미스의 시(詩)를 시작으로 “우리 삶에 여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패티 스미스를 비롯해 가수 리한나,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코로나 사태 동안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소화했는지 사진과 글 등을 전시에 담았다.
“몇몇 제 친구들은 여행 가방을 붙잡고 ‘마법의 카펫아, 나를 해외로 데려가줘!’라고 외치며 코로나 우울감을 유머로 극복하곤 했죠.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 지금은 압니다. 내면의 안정을 찾기 위한 고행(苦行)에 우린 결속감을 느끼고 있어요.” 마장베르 CEO는 자전거⋅기차⋅배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공간을 만날 수도 있고, 내 나라 곳곳을 찾는 여행이 더 발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굴레에 있지만 결코 굴복당하진 않을 겁니다. 전시 홍보 캠페인에 ’Never still’(멈춰선 채로는 어떤 업적도 이룰 수 없다)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그 이유죠. 그동안 쉽게 얻었다고 생각한 많은 것이 알고 보면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이죠.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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