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경제난 속 핵-미사일 지속 개발.. 백신회사 등 해킹 시도"

뉴욕=유재동 특파원 2021. 10.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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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보고서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29일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의 이름이 ‘화성-8’형이라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우리 군은 전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4일(현지 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1년에 두 번 발간되는데 이번 보고서는 올해 2∼8월의 상황을 담았다.

보고서는 “경제 상황이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개발에 필요한 재료와 기술을 해외에서 계속 들여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은 없었지만 기존 탄도미사일 및 핵시설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이지만 우라늄 농축시설과 방사화학실험실, 원심분리기 공장에서는 활동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북한의 시도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해상에서의 불법 활동을 위해 선박을 획득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면서 “해상에서 위조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를 발신해 선박을 바꿔치기하거나 어업권을 판매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고 했다. 한국 기업 소유 선박들이 제3국을 거쳐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이용된 사례도 보고서에 담겼다. 북한에 고급 자동차 등을 실어 나른 중국 선박 ‘지위안호’는 과거 한국 K사 소유였고 ‘신평 5호’라는 이름의 한국 국적 선박도 지난해 10월에 북한 선박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리 제재 대상인 선박을 한국 정부가 적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은 ‘슌파’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국내 항구에 들어온 몽골 선박 ‘빌리언스 18호’를 올해 5월 억류해 조사 중이라고 대북제재위에 보고했다. 이 선박은 정체를 위장한 채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역할 등을 해왔다.

북한의 사이버공격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스피어피싱’(e메일 등을 통해 특정인이나 단체의 정보를 캐내는 피싱 수법)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해킹 공격 대상은 전방위적이었다.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조직 ‘라자루스’는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으로 두 곳의 독일 방위업체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감행했다. 또 다른 정찰총국 연계 해커조직 ‘킴수키’는 라자루스와 함께 러시아의 국방, 에너지, 정보기술 부문을 공격하기도 했다. 사이버보안업체 등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이 밖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회사를 상대로도 사이버공격을 시도했다. 한 제약회사는 패널에 “해당 시도가 성공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잠재적인 위협의 충격이 엄청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의 영향으로 석탄 등 제재 품목의 무역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량은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의 4.75%에 불과했다. 석탄 수출도 올 2∼5월 추정치가 36만4000t으로 예년에 비해 훨씬 적었다. 팬데믹 여파로 사치품 수입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를 시도하는 정황은 계속 파악되고 있다. 한 회원국은 2019년에 S클래스 벤츠 자동차와 전자제품 상자 2개가 홍콩을 거쳐 북한으로 반입됐다고 대북제재위에 보고했다.

이날 보고서에는 전문가패널의 조사 활동에 협조하지 않고 북한을 감싸고도는 중국의 태도도 곳곳에 기술됐다. 전문가패널은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들이 중국 영해로 들어간 것을 위성사진 등으로 파악하고 중국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지만 중국 당국은 “해당 선박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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