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경기둔화 겹친 '칵테일 악재'.. "시장 불안 당분간 지속"

박희창 기자 입력 2021. 10. 6. 03:01 수정 2021. 10. 6.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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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삼천피'(코스피 3,000)가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월에도 삼천피를 무너뜨렸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근 더 커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계속되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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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개월만에 3000 붕괴
미국, 중국발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5일 코스피가 57.01포인트(1.89%) 급락한 2,962.17에 마감했다. 코스피 3,000 선이 붕괴된 건 6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6개월 만에 ‘삼천피’(코스피 3,000)가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월에도 삼천피를 무너뜨렸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근 더 커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 헝다(恒大)그룹 사태, 미국의 국가부채 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동시다발적인 ‘칵테일 악재’에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가 어려워 당분간 국내 증시가 3,000 선을 밑도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 더 커진 인플레 공포

코스피가 6개월 만에 3,000 선 밑으로 떨어진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부터 셀트리온까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현대차 등 4개 종목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1.37% 하락한 7만2200원에 마감해 10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3월에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삼천피가 깨진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더 악화됐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계속되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당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또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개선되지 않아 당황스럽다.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을 바꿨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연준의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하는 등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291%로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전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장중 1.506%까지 올랐다.

○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쳐

여기에다 사상 초유의 전력난으로 중국의 공장들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헝다그룹에 이어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 화양녠(花樣年)그룹도 파산 위기에 놓이는 등 중국 시장을 둘러싼 악재는 갈수록 늘고 있다.

미 의회가 국가부채 한도 협상을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의회가 정치적 합의에 실패할 경우 이달 중순 미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미국, 중국 등 G2(주요 2개국)가 흔들릴 경우 세계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재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인도에서 발생한 전력난은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공급망 쇼크가 장기화되면 결국 수요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 국내 증시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위축된 투자심리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고 중국이 11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등 부양책을 발표하면 금융시장의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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