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음악]테오도르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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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재현'보다 천대받는 장르가 바로 클래식음악이다.
동시대 감각으로 완성된 새로운 창작물 대신 클래식음악은 수백 년 전 작곡된 음악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내가 클래식음악을 구원하겠다"고 선언한 그리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섭렵한 끝에 '오케스트라'를 자신의 사운드로 결정한 그는 1994년 러시아로 건너가 지휘계의 거장 일리야 무신의 제자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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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재현'보다 천대받는 장르가 바로 클래식음악이다. 동시대 감각으로 완성된 새로운 창작물 대신 클래식음악은 수백 년 전 작곡된 음악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들의 반복에는 이유가 있다. 같은 악보라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항상 세계 초연인 것처럼 연주하라"고 명한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역사인식과 동시대 정신을 함께 구현하지 않는 과거 음악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개성이 희미해지고 동일한 작품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현상은 이 장르가 더이상 우리의 오늘을 반영하지 못함을 드러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뜻밖의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내가 클래식음악을 구원하겠다"고 선언한 그리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다. '다크호스'라는 말이 문자 그대로 어울릴 정도로 그의 이미지는 심히 어둡다. 펑키 스타일의 헤어스타일과 일관되게 고수하는 블랙슈트에 검은색 펌프스워커, 여기에 가끔 추가되는 망사스커트는 헤비메탈이나 록음악에 더 어울려 보인다. 실제로 그는 한때 세상의 종말과 허무주의를 노래하는 고딕 록(Goth Rock)에 흠뻑 빠져 지냈다.
이런 불량(?)스러운 외모와 달리 쿠렌치스의 성장배경은 '엄친아'에 가깝다. 네 살 때 피아노, 일곱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고 열다섯 살에 작곡을 시작했고 열여덟 살 때부터 지휘봉을 잡은 '신동'이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섭렵한 끝에 '오케스트라'를 자신의 사운드로 결정한 그는 1994년 러시아로 건너가 지휘계의 거장 일리야 무신의 제자로 들어갔다. 이후 주류 악단을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의 선택은 뜻밖에도 시베리아 변방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 발레극장으로 향했다.
유럽의 대도시를 원하는 다른 지휘자들과 다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존심이 센 유명 오케스트라와 달리 변방의 악단에는 지휘자의 의지를 주입하기가 훨씬 쉬웠다. 그는 하루 10시간이 넘는 리허설을 요구했고 단원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2011년 새로운 거처가 된-여전히 오지였던-페름 오페라극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0대 시절 그리스에서 지휘한 자신의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를 페름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시작했다.
그 음악은 과거 거장들의 해석을 모방하던 주류적 접근과 차별돼 지휘자만의 개성으로 완성됐다. 심지어 원작을 바꾸는 모험도 감행했다. 2011년 발매된 모차르트 '레퀴엠'의 경우 악보에는 없는 타악기와 종소리들이 가미됐고 모차르트가 남긴 미완성의 단편 스케치가 갑자기 등장하기도 한다. 말러교향곡 6번에서는 부제인 '비극적'을 그리스 '비극'으로 재해석했다. 근거를 알 수 없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청중의 반응은 '신선함'과 '사기꾼'이라는 극단적 호불호로 나뉜다.
원작에 대한 이단적 접근은 쿠렌치스가 처음은 아니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구스타프 말러 또한 최고의 작곡가로 추앙받기 전 스캔들을 몰고 다닌 지휘자였다. 빈 필과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면서 그 또한 관악기와 합창단 편성을 2배로 늘리고 악보에 없는 다이내믹을 구사하다 비평가들로부터 "악의적인 허위연주"라는 비난과 모욕에 시달렸다. 오늘날 이 연주는 말러의 편곡버전으로 따로 연주되곤 한다. 쿠렌치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평가 또한 후세가 내리게 될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동시대인의 귀는 새로움을 받아들일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떠받드는 '고전'들의 첫 이름은 모두 '혁명'이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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