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한준희 감독 "정해인, 멜로 속 융통성 없는 얼굴 때문 캐스팅"[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21. 10. 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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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재미가 먼저 담보되어야 메시지 전달도 가능"
"조현철에게 미안하고 또 감사..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관람하기 전 일종의 각오와 결심이 필요했었다.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 '차이나타운'(2015)과 '뺑반'(2019)에서 이미 그가 캐릭터와 사건을 일종의 극한 지점까지 강렬하게 밀어 붙이는 스타일을 지녔다는 것을 경험했었고, 특히 '차이나타운'에서 부친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다가 가차 없이 처단 당하는 석현(박보검)의 결말을 꽤 충격적으로 받아 들였던 기억 때문이다.

갑질과 악행을 일삼는 기업인과 권력의 결탁이 등장하는 '뺑반' 또한 경주용 자동차의 속도감이나 뺑소니전담반 형사들의 활약만을 다룬 단순 오락 액션물이 아니다. '차이나타운'에 이어 '뺑반' 또한 영화적 상상력이 충분히 가미됐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속 사회적 병폐들이 곳곳에 병치돼있고, 선량한 시민 혹은 을들은 허망하게 목숨을 잃거나 소중한 이를 잃고 만다. 빌런은 끝내 체포되었을지라도 그의 전작들의 결말이 주는 허무함과 내상은 꽤 세다. 현실 속 빌런들과 그들이 쌓아 놓은 촘촘한 네트워크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D.P.'는 김보통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 이병과 한호열(구교환)상병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준희 감독은 전작들에서처럼 그 어떤 칼보다 날선 카메라로 군대내 뿌리 깊은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할지 모를 근절되지 않는 군대내 가혹행위와 폭력행위에 대해 군필자이건, 군대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건 내 문제 혹은 내 아들, 가족의 문제로 깊이 숙고할 울림을 준다. "나는 혹은 당신은 그 때 무엇을 했나, 혹시 방관자는 아니었나"라고 뜨거운 질문을 물어온다. 한준희 감독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군대 내 고질적 병폐들에 대해 시청자들의 심장을 후벼 팔 정도의 강렬한 문제제기들을 던져오고 그로 인한 감정이입과 내상이 적지 않지만, 자꾸 반복해서 이런 질문들을 던져 나간다면 아주 조금씩은 변화의 조짐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도 보인다.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준희 감독을 만났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의 인기마저 급상승 중인 시점이었지만 워낙 민감한 소재를 다룬 만큼 한 감독은 발언에 있어 꽤 신중을 기했다.

- 'D.P.' 연출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차이나타운'을 연출한 후 웹툰 원작을 접하게 됐다. 당시 영화화를 하고 싶어서 판권을 알아보니 이미 다른 회사에서 가지고 있더라. 이후 '뺑반'을 찍고 난 뒤 지금 제작사인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하게 돼 'D.P.'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드렸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 이렇게 큰 관심을 모을 거라 예상을 했나.

▲ 잘 될거라 확신은 못했다. 군대 사회는 정확히 우리 사회의 축소판 아닌가. 어찌 보면 사회의 특수한 조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이나 행위들은 굉장히 보편적이면서도 응축적으로 보여지는 거라 봤다. 군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다양한 세대의 남성들이 드라마 속 군 가혹 행위들에 대해 '내 시대에는 없던 일이다' '우리 때도 충분히 있었다' 등 반대의 의견들로 분분하다.

▲ 이 이야기가 2015년이 배경인데 지금 복무하는 젊은 층들은 '이 정도는 아니야'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군 생활을 겪지 않은 분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않았고, 겪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 아닌 건 아니다. 실제 그런 사실들이 있었고 국방 개혁 등을 폭로해준 분들이 있기에 그 일들을 그리는 게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D.P.' 조직이나 군대 내 사건들에 대한 취재를 어떻게 했나.

▲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가 D.P 출신이고 또 배우들이나 매니저 중 D.P 출신이 있어서 딱히 취재를 많이 할 필요는 없었다. 또 스태프들이나 배우들 중 20대~40대까지 각자 군대 경험이 있기에 용이하게 적재적소에 녹일 수 있었다. 오히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 정해인, 구교환은 물론이고 김성균, 손석구부터 조현철, 신승호 등 적재적소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이 많다. '차이나타운' 때부터 배우 캐스팅 선구안이 좋기로 유명하다.

▲정해인이 가지고 있는 멜로 속에 스치는 융통성 없어 보이는 얼굴들과 단단해 보이는 모습들 때문이다. 그런 것이 재미 있었다. '그런 얼굴들을 보여줄 수 있으면 재미 있겠다. 작품도 많이 얻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했다. 구교환의 유머를 많이 좋아한다. 다른 제작진이 보기에 좀 많이 가지 않았냐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ㅗ蔓? 구교환 두 배우 모두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은 배우들인데 같이 하게 돼 너무 감사했고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신승호, 홍경, 원지안 배우 등 누군지 잘 모르는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를 펼쳤을 때 마치 간이 되지 않은 음식 같을 수 있는데 오히려 캐릭터의 매력을 직접적으로 빨리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 김보통 작가의 원작의 결이 있잖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 부분을 잘 살리고 싶었고 보편적으로 공감을 많이 가져가고 싶었다. 고증이나 리얼함도 중요했지만 오히려 영화적으로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이어야 메시지도 전달되고 가치도 있다고 생각했다.

- 극 중 박범구(김성균), 임지섭(손석구)이 상관에게 하극상을 펼치는 부분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 군대 내 명령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혹시 그렇지 않다면 옳은 지적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방관자들이라는 소제목을 정했다. 가만히 있는 것으로 대응하지 않나. 하지만 우리 작품이 지향하는 모습은 가만히 있지 않는 모습인 거다. (군내 가혹행위 등)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박범구 중사, 임지석 대위 같은 분들의 방관 행위 때문도 있는 거다. 방관자들은 특정 인물이라기보다 나 또한 군대 혹은 사회에서 방관자인 적은 없나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라. 내가 좋은 선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누군가를 방관한 적 없나? 포괄적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방관자들'이라는 제목 정한 것 같다.

- 관련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항의 들어올 것을 염두에 둔 적 있나. 그로 인해 수위 조절을 한다던가 한 적이 있나.

▲ 누군가 말씀을 주실 것 같아서 톤을 낮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작품을 위해서 존재하는 표현인가 혹은 그 이상인가를 고민은 했다. 가혹행위나 이런 장면들이 분명히 필요한 장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혹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런 수위 고민은 있었다.

-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자'이후 군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그린 첫 작품이다. 'D.P.'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데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 저희는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 질문 던지는게 일인데 어쨌든 예민한 이야기이기도 할테고 또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일까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저는 많은 이들이 보고싶어하는 이야기인지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던져서 같이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야기라 생각해 영화로 만들었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군당국이나 정부의 노력도 분명 있다. 폭력적 위계 질서를 바꾸기 위해 가장 큰 해결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 물론 휴대폰도 지급되고 동기생활관도 생기고 좋아졌다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지 못했고 겪지 못했을지라도 그런(영화속 가혹 행위와 같은) 일들이 있다면 개개인들이 방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하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영화에 접근했다.

- 군대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황장수 병장이 막상 제대 후 편의점에서 일하며 매니저에게 혼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미를 담으려 했나.

▲ 황장수가 군에서는 세보이고 어떤 클리셰에서라면 고위직 자제이거나 거대한 권력의 자제이거나 할 수 있겠지만, 그냥 20대 초반 또래의 평범한 가진 것 별로 없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개인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시스템을 떠나면 그 또한 그저 평범한 개인인 것이다.

-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김보통 작가와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나.

▲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음 시즌을 진행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고민이 더 필요하고 무언가 말씀 드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조석봉 일병을 선보인 조현철과는 '차이나타운'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황장수에게 악랄하게 가혹행위를 당하는 조석봉을 연기한 조현철은 발견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 조현철에게는 되게 미안하다. 연기하면서 고통스러웠을 거다. 슛이 들어가기 전 현장에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텐데 미안하고 또 고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께 전달해드린 바가 있다면 저와 배우 모두에게 큰 보람이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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