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미국인 등 3명,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

슈쿠로 마나베 교수, 일본에 25번째 수상자 선정
클라우스 하셀만, 조르지오 파리시 교수도 포함
기후모델 확립과 복잡계 현상 규명 등에 기여

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슈쿠로 마나베 교수(왼쪽부터), 클라우스 하셀만 연구원, 조르지오 파리시 교수.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는 지구의 기후모델 예측과 복잡계 현상을 연구한 3명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슈쿠로 마나베(Syukuro Manabe)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90), 클라우스 하셀만(Klaus Hasselmann )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90), 조르지오 파리시(Giorgio Parisi)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73) 등 3명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마나베 교수는 일본 태생의 미국인 과학자로, 일본 국적 또는 일본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노벨 문학상과 평화상 수상자를 포함하면 모두 29명에 달한다.

노벨위원회는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기후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지식의 토대를 마련했고, 파리시 교수는 무질서한 물질과 복잡계 과정에 대한 이론에 혁명을 일으킨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일본계 미국인 마나베 교수는 기후모델을 처음으로 확립한 기후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해양학자인 하셀만 연구원은 기후모델의 중요한 한 축인 해양의 역할과 인류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이산화탄소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도 하셀만 연구원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두 수상자의 공적에 대해 "지금과 같은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가 없던 시절 수학과 물리학을 기반으로 3차원 기후모델을 처음으로 확립했다"며 "대기 중에 구름이 생겼을 때 에너지가 어떻게 변하는지와 대기와 성층권까지 어떻게 기온이 변하는 등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파리시 교수는 복잡계를 연구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이론 물리학자로, '스핀 글라스' 모델의 복잡한 현상을 수학적으로 풀어 원자에서 행성 단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적 체계에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형규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뜨거워진 유리 액체를 갑자기 차가운 물에 담그면 분자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무데나 자리를 잡아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불규칙한 원자 형태가 나온다"며 "파리시 교수는 이를 수학적 모델로 풀어냈고, 스핀 글라스 모델은 AI, 빅데이터 등의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가 주어지고, 시상식은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