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디코드+] 반도체장비 수요 압도적 1위.. 중국 '반도체 굴기'는 계속된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10. 6.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견제로 주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로만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반도체 생산의 선행지표인 국가별 반도체 제조장비 출하액에서 중국이 작년에 처음 1위를 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비중·성장률 모두 더욱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으로, 중국 대상의 제조장비 판매액은 82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9% 증가했습니다. 제조장비 판매액이나 증가율 모두 1위였습니다.

지난 9월 8일 국제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48% 증가한 248억7000만달러였는데요.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증산을 위한 설비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고,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SEMI는 밝혔습니다.

SEMI는 중국 판매액이 급증한 이유로 중국 파운드리(반도체수탁제조업체) 등의 생산체제 증강을 꼽았습니다. 작년에 미국이 첨단 반도체용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했지만, 가전·자동차 등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는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중국 내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올해 2분기 한국의 제조장비 판매액은 66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8% 증가했고요. 대만은 50억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중국은 작년에 제조장비 판매에서 대만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대만과의 격차를 더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SEMI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712억달러로 사상 최고였습니다. 중국이 처음 1위에 올랐고 대만이 2위로 밀렸습니다. 한국은 3위를 유지했습니다.

중국이 작년에 처음 1위에 오른 것도 특기할 만했는데, 올 들어 2위 대만과의 격차를 더 벌이고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2020년 기준 중국 반도체 메이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에도 못 미치는 데 비해, 제조장비 출하량에서는26%나 됐습니다. 중국 대상 제조장비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증가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년 국가별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액 통계를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이 39% 증가한 187억달러였습니다. 대만은 전년과 같은 172억달러였습니다. 세부 액수로는 소폭 늘어 자국 기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중국에 처음 1위를 내줬습니다. 3위 한국은 61% 늘어난 161억달러로 가파른 신장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21% 증가한 76억달러로 전년 5위에서 4위로 올랐고, 북미는 20% 감소한 65억달러로 전년 4위에서 5위로 떨어졌습니다. 유럽이 16% 증가한 26억달러로 6위였습니다.

통계로 보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한국·대만보다 더 맹렬한 페이스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국가적 투자를 늘려왔지만 최근 이런 ‘반도체 굴기’가 물거품이 되는듯한 모습도 나오고 있지요. 지난 2월 중국 HSMC의 14나노, 7나노급 초대형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됐고요. 지난 7월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던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신청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후 재편은 주목해 볼 만합니다. 이 회사는 칭화대가 51% 출자한 반(半)국유 기업이자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계획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룹 산하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다루는 YMTC를 필두로 수많은 반도체 관련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의 기업 매수나, 대만 TSMC·미디어텍, 미국 웨스턴디지털, 일본 르네사스 등의 지분 매입을 시도했던 전력도 있지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후 재편이 반드시 중국 반도체 굴기의 무산을 의미하는건 아닙니다. 과정상 어려움은 있겠지만, 개별 기업의 파산·재편과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강은 별개로 봐야 하며, 중국은 일반적인 자본주의체제가 아니므로 칭화유니그룹 재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전세계 제조장비 판매액에서 중국의 비중과 성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