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똥오줌과 시체썩은 물까지 후르륵..나비의 충격반전
염분 섭취하려 악어-거북 눈물 '쪽쪽' 빨아먹어
짐승사체와 똥오줌도 '탐닉'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육지거북 한마리 주변으로 오색 나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이 나비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거북이의 눈입니다. 잠시 후 기이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동글동글하게 말려있던 주둥이를 뽑아 거북의 눈을 공략합니다. 이들의 주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꽃의 꿀이 아니었습니다. 짭쪼름한 거북의 눈물을 모기가 피를 빨아먹듯 흡입합니다. 거북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발을 버둥거리는 것이지만, 거북 특유의 숏다리로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거북은 피를 빨리는 것도, 체액을 흡입당하는 것도 아니니 살아가는데 큰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분비물에 불과한 눈물을 나비들에게 적선하는 셈이지요.
나나니벌과 애벌레처럼 한쪽이 이득을 취하며 상대방을 파괴시키는 기생도 아니고,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가 이득을 취하는 공생도 아닙니다. 이처럼 한쪽이 이득을 취하지만, 상대방이 살아가는데 타격을 입지 않는 경우를 편리공생이라고 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편리공생의 주체인 나비들의 독특한 식습관입니다. 이들은 왜 거북의 눈물에 탐닉하는 것일까요? 눈물의 짠내는 나비들에게 생명의 향기입니다. 눈물이 머금은 염분은 거친 열대 우림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이 염분은 특히 수컷들이 탐닉한다고 합니다. 수컷 나비들은 2세를 번식시킬 수 있는 튼튼한 정자를 생산하기 위해 염분과 아미노산 성분을 듬뿍 섭취해야 하거든요. 동물 생태 사이트 ‘브루트(brut.)’에 따르면 남미에서 최소 8종의 나비들이 거북의 눈물을 쪽쪽 빨아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일부 나비들의 공략 대상은 비단 상대적으로 만만해보이는 거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남미 파충류의 최강자인 악어 카이만의 눈물을 탐하기도 하지요. 위선의 상징으로 통하는 악어의 눈물이 실제로는 한 생명들을 먹여살리는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름답고 우아한 곤충의 대명사인 나비하면 많은 분들은 향기를 폴폴 내뿜는 꽃으로 달려가서 대롱거리는 주둥이를 꽂고 우아하게 꿀을 빨거나 과즙을 홀짝이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나비들이 살아가는 모든 장소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꽃과 과일만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얻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식습관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기이하면서도 엽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염분을 취하는 음식은 비단 눈물에 불과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이 나비들이 영양소를 취하기 위해 달려드는 대상을 확인해보니 이렇습니다. 우선 꽃과 과즙만큼이나 동물의 똥과 오줌에 탐닉하는 종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끼리나 퓨마 등이 내보낸 똥더미에 집단으로 달려들어서 주둥이로 빨대를 꽂고 염분과 아미노산 등을 가득 머금은 분비물을 쪽쪽 빨아먹는 것이죠. 어떤 종류들은 짐승 시체까지 탐닉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음의 동영상은 나비의 ‘폭넓은’ 식습관을 보여주는 다소 극단적인 케이스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도마뱀의 붉은 피를 거침없이 들이키는 나비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시체의 피나 진물 등을 들이켜는 나비들의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습니다 알다시피 나비는 이빨이 없기 때문에 액체상태에서 후루룩 빨아먹는 것만 가능합니다. 이들에게 뼈와 살이 썩어문드러져 나오는 진물이나 피는 어쩌면 염분과 각종 체성분이 자양강장제처럼 가득 든 생명수일지도 모릅니다. 곤충 중에는 턱이나 이빨이 없어서 대롱 같은 주둥이로 흡입하며 살아가는 벌레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모기·나방, 그리고 나비이지요. 그런데 나비는 유독 사람의 체액을 노리지 않고, 주로 꽃의 꿀이나 과즙을 먹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우아한 생김새와 아름다운 날개무늬 덕에 사람들은 일종의 ‘귀족 곤충’의 범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비의 식습관을 괴상망측하다고 비난할일은 아닙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하는 것이 제1의 목표이고, 그에 걸맞게 생존방식을 적응하기 마련이니까요. 어른 나비가 되기전의 애벌레들은 주로 나뭇잎을 갉아먹으면서 번데기를 향해 차근차근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부 나비 애벌레들은 진딧물을 야금야금 씹어먹는 육식성 식습관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알고보면 생태 곳곳에 의외의 반전이 숨어있는 벌레가 바로 나비인 것 같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현대차 CEO에 첫 외국인...호세 무뇨스 사장 선임
- 쿠웨이트전 경기 후 광고판 뛰어넘은 손흥민…무슨 일?
- 이라크, 女 9세부터 결혼 허용 추진…“아동 강간 합법화” 반발
- [부티크 트렌드 레터] 이번 겨울, 목도리를 100퍼센트 활용하는 법
- 불법체류 중국인 혼수상태… 5억원 밀린 치료비에 병원 발 동동
- 서초동이 좌우로 갈렸다…1심 선고 앞두고 李 지지·규탄 집회
- [쫌아는기자들] 메이코더스, K-beauty 유통과 제조의 패러다임을 바꿀 플랫폼
- [속보] 코스피, 장중 2400선 깨져...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
- 오늘 이재명 선거법 1심 선고…野, 법원 앞 총집결
- 태권도 졌다고 8살 딸 뺨 ‘찰싹’…매정한 아버지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