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발표때 입원·인공호흡기 환자 수도 알려줘야"
“한국에서 나오는 코로나 통계 발표만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겠어요.”
5일 영국 유학생 이모(35)씨는 질병관리청의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통계 발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다 최근 국내에 들어온 이씨는 “한국은 매일 총확진자 수 위주로 공개하면서 3000명이 넘었을 때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며 “영국에선 확진자 중 몇 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지,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많이 느는지 아닌지를 보고 심각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11월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를 예고한 가운데,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주요 방역 지표 및 알리는 방식도 확 바꾸자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 극복 국민참여방역운동본부는 “하루 확진자를 매일 발표해 국민을 ‘위험의 과장’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5일 기준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자가 4000만명에 육박해 국민 77%가 백신을 맞았고, 접종 완료자가 2700만명을 넘어 ‘국민 면역’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단순히 확진자·중증 환자 숫자만 발표할 게 아니라, 이 같은 추세를 더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은 인공호흡기 착용 환자 등 세분화
특히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하루 확진자 숫자보다는 중증 환자 관리로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고 대다수 전문가는 말한다. 실제로 영국⋅싱가포르⋅미국 등은 코로나 공식 통계에 병원 입원 환자와 중증 환자 등을 구분해서 발표한다. 5일 영국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공식 웹사이트를 보면 ‘신규 확진자 3만5077명, 사망자 33명, 신규 입원 환자 754명, 일일 코로나 진단 검사량 102만2070명’ 같은 식으로 안내한다. 코로나 확진자 중 현재 입원 치료를 받는 총환자는 6556명이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는 805명이란 점도 알린다. 위독한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 코로나 현황을 국민이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한다. 더구나 각 지표 밑에는 국민이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난 5월부터 변화 추이를 그래프로 나타내고 감소 추세면 초록색, 증가 추세면 빨간색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방식이다.
접종 완료자 비율이 높은 싱가포르도 비슷하다. 싱가포르 방역 당국 발표를 보면, 코로나로 신규 입원 환자 수는 1355명, 산소마스크 등 산소 공급이 필요한 환자는 226명, 집중치료시설에서 치료 중인 환자는 35명 등과 같이 중증 환자 현황을 먼저 한눈에 알린다. 하루 총확진자 숫자인 2475명은 통계 발표 마지막에 첨언하는 식이다.
미국의 경우엔 하루 확진자 수 발표와 함께 입원 환자 등에 대한 통계를 일주일 단위로 발표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 입원 환자 수는 7227명이다. 직전 주 평균 8921명보다 19% 감소했고, 역대 주간 평균 최고치인 1만6489명보다 56.2% 감소한 수치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 발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상황판’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확진자 발표 방식을 대폭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료계를 포함한 154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국민참여운동본부도 “하루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하루 평균 확진자 추이를 발표하는 식으로 ‘새로운 상황판’이 나와야 한다”면서 “신규 중환자 발생 규모나 밀접 접촉자·자가 격리자 규모 등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국민이 종합적으로 방역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야 ‘위드 코로나’로의 진행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하면 중증 환자 통계를 세분화해야 한다”며 “확진자 중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 인공호흡기 등을 장착한 환자 비율, 치사율의 추이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매일 새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환자를 투명하게 발표하면 국민에게 방역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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