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베이브 루스와 오타니 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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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나 연예 기사를 보다 보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란 표현을 접하게 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투수 겸 타자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27·LA에인절스) 얘기다.
오타니가 올 시즌 최종전에서 46호 홈런을 터트리며 메리저리그 최초로 '퀸튜플 100'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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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올 시즌 최종전에서 46호 홈런을 터트리며 메리저리그 최초로 ‘퀸튜플 100’을 달성했다. 투수로 100이닝, 100탈삼진을 달성했고, 타자로는 100안타, 100타점, 100득점을 이뤄낸 것이다. 하마터면 103년 만에 1918년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13승-11홈런)가 세운 기록마저 뛰어넘을 뻔했다. 9승에서 승수를 더 채우지 못해 내년으로 미뤘다. 그래도 충분히 놀라운 기록이다.
그가 베이브 루스(1895~1948년)를 소환한 것은 2018년. 그해 4월 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한 MLB 첫 투수 데뷔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던 오타니는 이틀 뒤인 4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데뷔 첫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투수로 선발승을 올린 뒤 다음 경기에 타자로 나서 홈런을 친 것은 1921년 루스 이후 97년 만에 처음이었다. 루스의 뺨을 때리고도 남을 정도가 됐다. 한국 야구팬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타니는 고교 1학년 때 목표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계획법(만다라트)에 따라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등 8개 목표를 정하고는 다시 이를 64개 세부안으로 나눠 실천했다. 오타니의 성공은 의지와 성실함 외에 이런 체계적이며 효과적인 훈련방법을 구사한 덕택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 8개 목표에 인성과 운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오타니는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친절하고 예의바른 모습이다. 경기 중 심판들과 다툼도 거의 없다. 심지어 경기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넣으면 행운이 깃든다고 믿는다. 실력보다 이런 아름다운 인성이 더 부럽다. 팬들에게 힐링을 주는 ‘오타니의 야구’를 오래 즐겼으면 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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