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남북관계와 대선, 여야의 동상이몽

박종현 2021. 10. 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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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신선 55일 만에 재가동
정치권, 대선 앞두고 변수 촉각
유권자들 과거보다 냉정해져
선거 유불리만 따지다간 역풍

남북통신연락선이 지난 4일 복원됐다. 재가동 중단 55일 만의 재가동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복원 신호 이후 수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남북은 각기 통일부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통신선 재가동의 의미를 알렸다.

통신선 복원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감동은 이전과 비교해 크지 않았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으로 운영된 통신선은 그동안 8차례 운영이 중단됐다가 재개되곤 했지만, 이번처럼 감흥이 약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마저 환영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통일부 발표로 입장을 갈음했다.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앞서 청와대는 7월 27일 413일만의 통신선 복원을 적극 환영했다가, 다음달 10일 가동 중단을 지켜봐야 했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을 이유로 가동을 멈춘 이후 우리 측에 응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고민은 통신선 복원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확고화를 위해 북한의 호응 수준은 물론 야당의 반대 가능성, 여론의 추이 등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남북 문제는 국내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선거철이면 그 강도가 더해진다. 이번에도 그 조짐과 대응은 익숙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전면적 복원을 염원하고, 다른 편에서는 ‘선거 활용 경계론’을 설파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해서는 안 된다’와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작위’와 ‘부작위’의 가치가 충돌할 때는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일부 사례만 떠올려 본다. 1987년 대선을 수일 앞두고 발생한 북한의 대한항공 납치 폭파 의혹, 1997년 대선을 앞둔 당시 여당의 북풍, 2000년 총선을 사흘 앞두고 공개된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2007년 대선을 2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이 떠오른다.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당시를 제외한다면, 결과는 북한 변수를 활용하고자 했을 법한 측의 의도대로 나오지 않았다. 의도가 통했던 때는 2018년 지방선거가 사실상 유일했다. 그마저도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에 불과한 때 치러진 지방선거였다. 그렇지 않은 때엔 효과가 없었다. 2020년대의 유권자는 이전보다도 훨씬 냉정해졌을 것이라는 게 이번 선거 이후에도 확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사례가 정부와 정치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양측 모두 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선거를 고려해서 일부로 무엇인가를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선거 때문에 할 일을 안 해서도 안 된다.

정치권은 북한으로 눈을 돌리며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나온 9월에만 4차례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고, 남북정상회담 논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온전략을 구사했다. 통신선을 복원하면서도 이중잣대 철회와 중대과제 해결을 요구했다. 언제라도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넘길 여지를 깔아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영향력 행사를 통해 남북관계 주도권 확보를 노리는 행보로 해석되는 이유다. 북한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전임 정부의 남북관계가 부정됐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강경 자세엔 대응을 자제하고, 유화 제스처엔 반응하곤 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베이징동계올림픽 활용과 남북정상회담 개최까지 기대하는 듯하다. 연락채널 재가동으로 한반도에서 긴급 상황을 관리할 여건이 마련된 점만도 의미부여될 수 있다. 자칫 북한에 긍정적인 대답만을 내놓다가는 오히려 정부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야당은 임기 말 남북관계 변화가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할 이유가 없다. 행여라도 남북 집권세력의 노림수가 있다면 유권자들이 먼저 인지할 것이다. 오히려 무작정 반대하다가는 ‘남북관계 파탄을 원한다’는 역공을 부를 수도 있다. 선거의 유불리, 주도권 확보만 따졌던 세력이 나중에 역풍에 직면했던 이전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기 바란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동상이몽에 빠진 남북 및 여야 정치권 모두가 새겨야 할 말이다.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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