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군용기 149대, 4일간 대만해협 휩쓸어... “대만독립은 죽음의 길”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지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만 국방부는 5일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총 149대의 중국군 전투기와 폭격기 등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하루에만 56대가 대만 서남부 ADIZ에 진입했다. 지난해 9월 대만 국방부가 중국군의 ADIZ 침범 정보를 일반에 공개한 이후 최대 규모다.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 백악관은 “중국은 도발적 군사 행동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4일 중국은 오전 3시 37분부터 늦은 밤까지 최소 6차례에 걸쳐 대만 서남부 ADIZ를 침범했다. 동원된 군용기 규모는 웬만한 나라 전체 공군력을 방불케 했다. 중국의 주력 다목적 전투기인 젠(殲·J)-16 38대를 비롯해 수호이(SU)-30 전투기 2대, 윈(運·Y)-8 대잠초계기 2대, 쿵징(空警·KJ)-500 조기경보기 2대, 훙(轟·H)-6 대형 전략 폭격기 12대를 투입했다.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발진시켜 대응했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국방부를 인용해 2019년 3월을 시작으로 그해 총 10여 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ADIZ를 침범했는데 2020년에는 380대,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600대로 매년 도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은 4일 ‘전쟁은 실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군 대규모 비행은) 분리주의자인 대만 민진당과 그들을 지지하는 자들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며 “미국과 민진당이 현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중국 본토의 군사적 응징이 결국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올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이 대만의 ’건국 기념일’인 쌍십절(10월 10일)을 앞두고 자신의 군사적 우위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작년 10월 1~4일에는 총 3대의 Y-8 대잠 초계기가 대만 ADIZ를 침범했다.
대만은 강하게 반발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5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군이 거의 매일 침입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우린 (중국)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민주주의와 삶의 방식이 위협받는다면 방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공군은 2일 소셜미디어에 “적의 위협과 도발에 맞서 우리는 영원히 타협하지 않는다”는 글과 함께 ADIZ를 침범한 중국군 비행기에 대응 출격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긴장도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4일 화춘잉(華春瑩)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에서 “미국은 대만 문제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며 “대만 독립을 꾸미는 것은 죽음의 길로, 중국은 모든 조치를 통해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 기도도 분쇄할 것”이라고 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벌이는 도발적 군사 활동은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고, 오판의 위험이 있으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멈추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대만 동쪽 바다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은 이날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로널드 레이건호, 영국 퀸 엘리자베스호 등 3대의 항모가 대만 동부 해역을 거쳐 바시해협(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해협) 인근을 항해했다”며 “미국·영국·일본·네덜란드·캐나다·호주 등이 필리핀 근해에서 실시하는 해상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가을 당 대회를 앞둔 시기가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한·미·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중국의 대만 ADIZ 침범이 무력 침공을 위한 준비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후) 2022년이 핵심적 시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날 무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한 예를 들며 “유사점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직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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