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이원화는 불가능..시리아전도 정예 멤버로"
[경향신문]
“이란과도 대등한 경기, 가볍게 볼 팀 아니다” 벤투 감독 결론
밀집수비 뒷공간 약점…손흥민 등 빠른 공격수 투입 ‘총력전’
10월 A매치를 앞두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원화 전략이 잠시 화제를 모았다. 유럽파 태극전사가 지난달 극심한 체력 난조를 보인 터라 안방에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시리아(7일·안산 와~스타디움)는 국내파 위주로 치른 뒤, 이란 원정(12일·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2·사진)도 고민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대표팀의 이원화는 내부 회의를 거친 결과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시리아를 가볍게 볼 경우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귀띔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현혹되지 않은 벤투 감독의 냉철한 판단에 주목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FIFA 랭킹 순이라면 시리아는 A조에서 5번째(81위)에 해당하지만, 경기력은 그 이상”이라며 “방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리아는 최종예선 A조 최강인 이란(22위)을 상대로 원정 경기에서 팽팽한 맞대결을 벌이다가 0-1로 석패했고, 3번 시드였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69위)과는 1-1로 비기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0월 소집에선 그동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오사마 알 소마(알아흘리)가 합류해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알 소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호주를 상대로 2골을 터뜨렸던 골잡이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시리아가 치른 2경기를 분석할 때 이란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시리아가 강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시리아의 밀집수비가 정교한 롱패스로 수비 뒷공간을 노리거나 좌우 측면을 흔드는 플레이에는 허점을 보였다.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흐시가 시리아를 상대로 자책골에 가까운 결승골을 터뜨린 것도 측면 공략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우리가 시리아를 잡으려면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빠르고 유기적인 템포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파가 국내에서 A매치를 치를 때 시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상대의 빈틈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대부분 중동에서 활약하는 상대가 컨디션이 흔들릴 수 있다. 그 부분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방에서 시리아를 잡지 못하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홈에서 시리아를 못 이기면 이란 원정에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고,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란에 지는 것보다 시리아를 못 이기는 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더 큰 타격이다. 본선 마지노선인 2위를 지키려면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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