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는 코로나 끝나도 '위드 마스크'

이정호 기자 2021. 10. 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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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 연기 탓
“호흡기 보호하려면 ‘N95’ 써야”

지난달 23일 미국 오리건주의 한 가옥에 산불이 옮겨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서부 주민들은 코로나19가 진정돼도 마스크를 벗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에 방출되는 막대한 양의 산불 연기에서 호흡기를 지키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한국의 KF94와 비슷한 N95 마스크를 1년 중 수개월간 착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주 미국 지구물리학회는 산불 연기를 막기 위해 N95 마스크를 쓸 경우 호흡기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이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지오헬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재해는 2012년 미국 서부의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었다. 당시 상황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재현해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입원 횟수가 얼마나 줄었을지를 추산했다.

산불 연기에는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미만인 ‘초미세먼지’가 포함돼 있다. 초미세먼지는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파고들어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이런 초미세먼지를 거르는 데에는 N95 마스크가 가장 탁월한 역할을 했다. N95 마스크는 한국의 KF94와 유사한 고성능 마스크다. 컴퓨터 분석 결과, 2012년 워싱턴주 산불 국면에서 주민들이 N95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입원 횟수는 30% 줄어들었을 것으로 계산됐다.

N95 마스크 외 다른 마스크도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방어 수준은 N95에 크게 못 미쳤다. 수술용 마스크는 병원 방문 횟수를 17%, 면 마스크는 6% 줄이는 것에 그쳤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현재 미국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익숙해졌지만, 대유행 이외의 상황에서 사용이 권장되지는 않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마스크 착용으로 누릴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을 수치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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