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누리호 발사 127초 뒤를 주목하세요
[경향신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개발에는 내년까지 모두 1조9672억원이 투입된다. 한국이 우주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될 누리호 발사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①완전한 ‘한국 독자 기술’ 로켓
누리호에는 ‘한국형 발사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사실 한국 땅에서 인공위성을 띄울 만한 능력을 갖춘 발사체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있었다. 하지만 나로호에는 한국형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나로호 1단부 로켓이 러시아산이었기 때문이다. 총 2단부로 구성된 나로호에서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우주까지 치고 올라가는 일을 러시아가 만든 1단부 로켓이 맡았다. 한국은 우주로 올라온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진입시키는 2단부 로켓을 개발했다. 하지만 누리호에선 달라졌다. 누리호는 총 3단부 로켓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 한국형 발사체라는 명패가 붙은 이유이다.
②가볍게…효율 추구한 ‘3단부’
누리호가 이렇게 3단부, 즉 3층 연립주택 같은 형상을 띤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상승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누리호뿐만 아니라 1969년 인간을 달에 보낸 새턴 5호를 비롯해 대부분의 로켓이 수십년 전부터 다단(多段)으로 만들어졌다.
다단 형태의 장점은 연료를 모두 소진한 동체 부위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료를 모두 태워 힘을 다 쓴 로켓 부위를 떼어내지 않고 계속 끌고 다닌다면 중량 때문에 발사체 전체가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주말이 지났는데도 캠핑용 트레일러를 자동차 꽁무니에서 떼어내지 않고 월요일 출근길에 나서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기는 셈이다. 트레일러를 분리해야만 자동차 연비가 좋아지고 주행 속도도 빨라지는 것처럼 연료를 다 소진한 동체 부위를 떼어내 비행 효율을 높이려고 누리호도 다단 형태를 띤 것이다.
③성공 여부 ‘단 분리’에 달렸다
그런데 이런 다단 구성은 로켓의 구조를 기술적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로켓이 예정대로 날아가지 못하고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 분리’ 실패다. 1단부 또는 2단부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얘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주 개발에 가속이 붙었던 196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단 분리에서 문제가 생겨 비행이 실패한 사례는 85차례 있었다. 같은 시기에 실패한 로켓 발사 횟수(245회)의 35%를 차지한다.
단 분리의 성패는 각 단을 잇는 부품인 ‘파이로락’에 달려 있다. 파이로락은 각 단을 붙여둘 뿐만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각 단의 연결을 정확히 해제하는 역할도 맡는다. 파이로락에는 연결을 해제하기 위해 폭발력을 만드는 화약이 들어있는데, 핵심은 ‘적당한 힘’으로 터뜨리는 것이다.
민병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기술개발부장은 “화약이 너무 큰 힘으로 터지면 발사체에 손상이 생기고, 너무 작은 힘으로 터지면 단 분리가 안 된다”며 “적당한 폭발력을 구현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고 했다. 파이로락이 해제된 뒤 생기는 파편도 무시할 수 없다.
민 부장은 “파편이 발사체와 충돌하면 전자장치가 파손될 수 있다”며 “파편을 담는 주머니도 누리호 동체에 장착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 뒤에 1단부를 분리한다. 발사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첫 단추인 셈이다. 발사 274초 뒤에는 2단부를 분리할 예정이다.
④성공 땐 우주강국에 한발짝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가에 진입한다. 2013년 나로호가 탑재한 위성 중량이 0.1t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이는 일취월장한 것이다.
한국은 또 누리호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핵심 부위인 75t급 액체엔진의 능력을 대외적으로 증명하게 된다.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 건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다. 향후 누리호를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위성을 발사하고, 민간 우주산업의 발전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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