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누리호 발사 127초 뒤를 주목하세요

이정호 기자 2021. 10. 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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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발사 '누리호' 관전 포인트

[경향신문]

2018년 11월2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상승하는 ‘누리호’ 시험 발사체. 75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져 있었다. 오는 21일 정식 발사될 누리호의 1단부는 75t급 액체엔진 4기가 다발로 묶여 만들어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개발에는 내년까지 모두 1조9672억원이 투입된다. 한국이 우주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될 누리호 발사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①완전한 ‘한국 독자 기술’ 로켓

누리호에는 ‘한국형 발사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사실 한국 땅에서 인공위성을 띄울 만한 능력을 갖춘 발사체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있었다. 하지만 나로호에는 한국형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나로호 1단부 로켓이 러시아산이었기 때문이다. 총 2단부로 구성된 나로호에서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우주까지 치고 올라가는 일을 러시아가 만든 1단부 로켓이 맡았다. 한국은 우주로 올라온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진입시키는 2단부 로켓을 개발했다. 하지만 누리호에선 달라졌다. 누리호는 총 3단부 로켓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 한국형 발사체라는 명패가 붙은 이유이다.

②가볍게…효율 추구한 ‘3단부’

누리호가 이렇게 3단부, 즉 3층 연립주택 같은 형상을 띤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상승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누리호뿐만 아니라 1969년 인간을 달에 보낸 새턴 5호를 비롯해 대부분의 로켓이 수십년 전부터 다단(多段)으로 만들어졌다.

다단 형태의 장점은 연료를 모두 소진한 동체 부위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료를 모두 태워 힘을 다 쓴 로켓 부위를 떼어내지 않고 계속 끌고 다닌다면 중량 때문에 발사체 전체가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주말이 지났는데도 캠핑용 트레일러를 자동차 꽁무니에서 떼어내지 않고 월요일 출근길에 나서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기는 셈이다. 트레일러를 분리해야만 자동차 연비가 좋아지고 주행 속도도 빨라지는 것처럼 연료를 다 소진한 동체 부위를 떼어내 비행 효율을 높이려고 누리호도 다단 형태를 띤 것이다.

③성공 여부 ‘단 분리’에 달렸다

그런데 이런 다단 구성은 로켓의 구조를 기술적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로켓이 예정대로 날아가지 못하고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 분리’ 실패다. 1단부 또는 2단부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얘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주 개발에 가속이 붙었던 196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단 분리에서 문제가 생겨 비행이 실패한 사례는 85차례 있었다. 같은 시기에 실패한 로켓 발사 횟수(245회)의 35%를 차지한다.

단 분리의 성패는 각 단을 잇는 부품인 ‘파이로락’에 달려 있다. 파이로락은 각 단을 붙여둘 뿐만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각 단의 연결을 정확히 해제하는 역할도 맡는다. 파이로락에는 연결을 해제하기 위해 폭발력을 만드는 화약이 들어있는데, 핵심은 ‘적당한 힘’으로 터뜨리는 것이다.

민병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기술개발부장은 “화약이 너무 큰 힘으로 터지면 발사체에 손상이 생기고, 너무 작은 힘으로 터지면 단 분리가 안 된다”며 “적당한 폭발력을 구현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고 했다. 파이로락이 해제된 뒤 생기는 파편도 무시할 수 없다.

민 부장은 “파편이 발사체와 충돌하면 전자장치가 파손될 수 있다”며 “파편을 담는 주머니도 누리호 동체에 장착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 뒤에 1단부를 분리한다. 발사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첫 단추인 셈이다. 발사 274초 뒤에는 2단부를 분리할 예정이다.

④성공 땐 우주강국에 한발짝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가에 진입한다. 2013년 나로호가 탑재한 위성 중량이 0.1t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이는 일취월장한 것이다.

한국은 또 누리호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핵심 부위인 75t급 액체엔진의 능력을 대외적으로 증명하게 된다.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 건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다. 향후 누리호를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위성을 발사하고, 민간 우주산업의 발전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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