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도 트럼프처럼 "대중국 고율 관세 그대로"
[경향신문]
대중 무역 정책 ‘강경 기조’ 유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준수” 강조
비시장 관행 시정 등 한발 더 나가
“중국과 회담” 불구 불응 가능성 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는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체결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강조하면서 중국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트럼프 정부 시절과 다르지 않은 강경한 대중 통상정책이 시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타이 대표는 중국과의 대화를 희망했지만 협상이 재개돼도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이 대표는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의 윤곽을 설명했다. 그의 연설은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준수, 대중국 고율 관세 유지와 함께 중국이 국가중심적이고 비시장적인 관행을 시정하도록 동맹들과 함께 압박하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그는 1단계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한 중국과의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 합의는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체결한 것으로 중국은 2020∼2021년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원)어치 추가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싱크탱크 페터슨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목표치의 40% 수준을 구매했고, 올해는 30% 수준을 구매하는 데 머물렀다. 중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고의가 아니며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활동 침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타이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율 관세 부과의 근거였던 무역법 301조에 대해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산을 대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배제하는 ‘표적 관세 배제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8개월 동안의 검토를 통해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율의 관세를 지렛대로 삼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압박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 목표는 동맹국들과 힘을 모아 중국의 비시장 관행까지 시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정부 때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타이 대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미국 제품 구매를 대가로 한 기술 이전 강요, 농업·금융 분야 시장 개방 저지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유해한 정책과 관행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새로운 수단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타이 대표가 카운터파트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화상 회담을 곧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이 대표는 중국과 회담을 하기 전에는 어떤 새로운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은 현상을 유지한 채 중국 측의 반응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바이든 정부를 향해 트럼프 정부에서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를 완화해 달라고 역설해온 만큼, 상당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미·중 무역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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