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성·무질서'에 담긴 규칙에서 기후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다..노벨위원회 설명자료

고재원 기자 2021. 10.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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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공적 설명자료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지구의 기후와 인류가 기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지식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파리시 교수는 무질서한 물질과 복잡계 과정에 대한 이론에 혁명을 일으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복잡계는 무작위성과 무질서를 특징으로 해 이해가 어렵다.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지구 기후라는 복잡계 안에서 변동성을 정량화하고 지구 온난화를 안정적으로 예측하는데, 파리시 교수는 무질서한 복잡한 물리시스템 안에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물리학계, 복잡계 상호작용 이해 위해 노력해와

복잡계 연구는 특정한 집단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결과를 찾는 학문이다.  모든 복잡계는 서로 다른 상호 작용을 하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후는 대표적인 복잡계로 꼽힌다. 초기 값의 작은 편차가 이후 단계에서 큰 차이를 초래한다. 물리학자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이런 복잡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년 전 프랑스 물리학자 조제프 푸리에는 지면에 대한 태양 복사와 지면으로부터의 복사 사이의 에너지 균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지구 표면에서 들어오는 태양 복사는 나가는 복사로 변환돼 대기에 흡수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른바 온실효과다. 

하지만 실제 대기의 복사과정은 더 복잡하다. 지난 2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그 복잡한 과정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리학 법칙을 기반으로 한 현대 기후 모델은 지구 기후를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인간이 일으킨 지구 온난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 슈쿠로 교수의 물리모델, 현존 기후분석 모델의 시초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현존하는 많은 기후모델의 시초가 된 것이 바로 마나베 교수가 만들어 낸 물리 모델이다. 1950년대 마나베 교수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그의 연구 목표는 지구 대기 상에서 늘어난 이산화탄소의 양이 어떻게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지 이해하는 것이었다. 마나베 교수는 1969년 대류로 인한 기단의 수직 수송과 수증기 잠열을 통합하는 물리 모델 개발 작업을 주도했다.

이 모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실제 지구 온도가 올라갔음을 증명했다. 지면에 가까운 공기가 상승한 반면 높은 대기일수록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예측했다. 만약 태양 복사의 변화가 지구 온도 상승의 원인이었다면 전체 대기가 동시에 가열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나베 교수가 1969년 첫 물리 기후모델을 개발한 10년 후인 1979년 하셀만 연구원은 날씨와 기후를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적도 주변의 낮은 태양 광선보다 더 적은 수의 태양 광선이 고위도에 도달한다. 태양 복사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 것이다. 지구의 축이 기울어져 계절마다 차이도 발생한다. 더 따뜻한 공기와 더 차가운 공기 사이의 밀도 차이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아주 혼란스러운 날씨를 만들어 낸다. 

하셀만 연구원은 확률론적 기후 모델을 만들었다. 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 이론을 활용했다. 브라운 운동은 액체나 기체 안에 떠서 움직이는 작은 입자의 불규칙한 운동을 뜻한다. 이 이론을 사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대기가 실제로 바다에서는 느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태양 복사나 화산 입자, 온실가스 수준의 변화가 고유한 지문을 남긴다는 점을 착안해 인간이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 현대 복잡계 이론의 초석 닦은 파리시 교수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복잡계에 대한 현대 연구는 19세기 후반 통계역학을 개발한 제임스 막스웰, 1884년 복잡계란 이름을 등장시킨 루드위그 볼츠만과 윌라드 깁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통계 역학은 수많은 입자로 구성된 기체와 액체 같은 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학문으로 입자의 무작위적 움직임을 고려한다. 이에 따라 각 입자의 개별적인 움직임을 분석하는 대신 입자의 평균적 움직임을 계산한다. 가령 기체의 온도는 기체 입자 에너지 평균값을 따진다. 통계 역학은 온도와 압력 같은 기체나 액체의 거시적 특성에 대한 미시적 설명을 제공하는 데 유용하다.

파리시 교수는 이런 통계역학을 활용해 1979년 겉보기에 무작위적인 현상이 숨겨진 규칙에 의해 어떻게 지배되는지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뜨거운 액체 유리를 찬물에 넣으면 유리 분자들이 제멋대로 자리를 찾아가 굳어진다. 뜨거운 액체 유리를 서서히 시키면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는 데 반해 차이가 발생한다. 파리시 교수는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기초 모델을 개발했다.

스핀 글라스라 불리는 이 모델은 '스핀'이라는 변수로 이뤄진 시스템이다. 위 아래 2개의 변수만 있어 복잡한 현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이 방법론을 '래플리카 메소드'라 이름 붙였다. 이 방법론이 입증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됐다. 이후 그가 개발한 방법론은 여러 복잡계 이론의 초석이 됐다. 최근에는 물리학, 수학, 생물학 외에도 신경과학이나 기계학습(머신러닝)과 같은 분야에도 적용되며 활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무작위성과 무질서한 현상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가능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벨위원회 제공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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