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미래컴퓨팅 양자기술에서 승패 갈린다
양자과학기술은 매력적인 학문이다. 극히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직접 접할 수는 없을 것 같던 기묘한 현상들을 이제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보통의 실험실에서 마주할 수 있다. 고양이와 함께 언급되는 슈뢰딩거는 1936년 '분리된 계 사이의 확률 관계'라는 글의 말미에서, 두 입자 사이의 '양자얽힘'이 만드는 파라독스는 둘이 점점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얽힘이 풀리는 메커니즘이 드러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이런 소회를 남겼다. "아주 불완전한 표현인 것은 알지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거나 반대되는 실험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슈뢰딩거의 조심성과는 다르게, 현대의 양자기술은 기존의 직관에 반하는 특징들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초전도 현상이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은 많은 수의 원자로 이루어진('거시적인') 물질이 질서있게 양자역학적인 중첩상태를 이루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낱개의 원자나 빛알갱이들을 검출할 수 있는 극히 효율이 높은 장치들을 통해 수 미터씩 떨어진 입자 사이의 양자얽힘을 측정하는 정도는 비교적 쉬운 실험이 되었다. 양자컴퓨터를 구성하는 큐비트 소자들의 경우, 양자현상의 확인을 넘어서 얼마나 많은 수가 높은 품질로 얽힐 수 있는지 정량적으로 비교하며 경쟁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역시 양자이론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했었는데, 애초에 본인이 광자의 개념을 제안했던 철학과는 배치되는 결과물이었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위대한 과학자들은 이론 자체에 반대했다기보다는 양자세계의 이상함을 더 명백히 드러냄으로써 후속연구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싶어했다고 해석한다. 이론이 불완전해보였던 이유는 마땅히 설명돼야 할 것 같은 부분을 '말할 수 없는 것 (unspeakables)'으로 정리하고 끝냈기 때문이다. 양자이론은, '말할 수 있는 것 (speakables)'은 자연에 양자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들이 행동하는 방식일 뿐이며, '왜'라는 질문은 대부분 과학의 한계를 넘는다고 여긴다.
양자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양자이론의 결론들만을 백과사전식으로 암기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각자 머릿속에 나름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통찰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말할 수 없는 영역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해석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다수의 과학자가 선호하는 해석 방식은 있지만, 불편하더라도 소수의 관점을 존중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이 간혹 신선하면서 중요한 아이디어의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공통의 지식을 쌓아가기 위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도구는 양자의 공용어인 수학이다. 다행히 선형대수학을 위주로 하는 이론체계는 다른 과학 분야에 쓰이는 이론에 비해 특별히 복잡하지는 않다. 단지 대단히 생소한, 과학의 경계에 대한 감수성을 필요로 할 뿐이다. 원자나 광자를 해석할 때, 가끔은 확률 파동이라는 영향을 주변에 펼치고 있는 입자로, 또 가끔은 요술램프로 들어가는 지니처럼 측정하는 순간 작은 입자로 줄어드는 파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 만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필자가 속한 조직에서도 낱개의 광자, 원자, 전자들을 직접 만들거나 조작하면서, 때로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인공원자를 이용하여, 양자기술이 아니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돌파하는 컴퓨터나 네트워킹, 센싱 기술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기술 분류에 의하면 너무나 멀리 있는 기술들이 양자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에 모여서 협력한다. 양자의 언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반감을 갖게 되거나, 반대로 만능의 마술지팡이처럼 여기기 쉽다. 양자언어의 통역자로서의 전문가 역할이 보다 잘 이해될 때, 양자기술에 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은 물론, 실질적이며 광범위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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