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감이 우습나..  '대선 난장판' 된 2021 국감

김지현 2021. 10. 5. 19: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일로 이틀째인 국정감사를 압축해 묘사하자면, '대선 난장판'이다.

국감장에는 '대선주자 빅2'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쉼없이 오르내렸다.

국감이 대선용 정치 공세로 얼룩진 현장의 모습은 이랬다.

국감장 전체가 거대한 '대장동 시위 현장'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증' vs '이재명 검증' 충돌 
국감장 곳곳 파행.. "대선만 중요한가"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특검수사를 요구하는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들고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5일로 이틀째인 국정감사를 압축해 묘사하자면, '대선 난장판'이다. 국감장에는 '대선주자 빅2'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쉼없이 오르내렸다. '국정'을 제대로 '감사'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열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감이 대선용 정치 공세로 얼룩진 현장의 모습은 이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동'에 올인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진상 규명과 특별검사 수사 수용'을 촉구하는 문구를 마스크에, 가슴에 단 리본에, 피켓에 새기고 나왔다.대장동 의혹과 무관한 국회 국방위, 교육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이슈를 키워 이재명 경기지사를 치는 것 말고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국감장 전체가 거대한 '대장동 시위 현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장동 마스크를 당장 벗으라"고 국민의힘에 요구했다. "못 벗는다"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하면서 국감이 종일 삐걱거렸다. 국감장마다 양당 의원들의 입씨름 때문에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고, 몇 시간 동안 진행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1년에 단 한 번, 국회가 정부 운영을 감사하는 소중한 기회를 흘려보낸 것이다. 국감 대상인 정부 관계자들만 조용히 웃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검증에 힘을 쏟았다. 행안위의 경찰청 감사에서 '윤석열 엑스파일' 작성자로 알려진 정대택씨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정씨는 윤 전 총장 장모와 고소·고발로 얽힌 관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거래하듯 하나씩 주고받았다. 민주당은 정씨 증인 채택을 철회했고, 국민의힘은 '대장동 마스크'를 벗었다.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법무부를 감사하는 대신 윤 전 총장을 공격하기 바빴다.

어김없이 큰 소리도 났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기관장들에게 "업무보고를 중단하라"고 하더니, 대장동 관련 현안 질의를 갑자기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원욱 과방위 위원장은 "버르장머리 없게 뭐 하는 것이냐"고 고함을 쳤다. 국감은 파행됐다.

대선주자가 국감의 성역은 아니다. 국감장에서든 어디서든, 정치권이 차기 권력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을 넘었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감시하고 잘못을 꼼꼼히 따져 비판하는 자리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의 국감 권한을 명시한 것은 그 책임과 무게가 그만큼 막중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에 눈이 멀어 '입법부의 본분'을 잊었다. 양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적 고통이 커 민생을 살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빈말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1명이 지급받은 세비와 특별활동비는 약 1억5,000만 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말을 빌려 여야 모두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 좀 합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